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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7 13:40

‘비리의 온상’ 도시개발 2012년2012.05.07 13:40

[시론]‘비리의 온상’ 도시개발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물터미널 용도변경을 둘러싼 청탁·압력·돈거래의 망이 갈수록 확장되고 있다. 개발업자와 정권실세 사이의 청탁관계로 시작하더니, 정권실세와 선거캠프, 두 시장의 정무라인, 시 간부와 도시계획위원, 현 대통령의 시장 시절 결재라인 등으로 뻗치고 있다. 현 정권의 최대 비리사건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는 ‘파이시티 사건’의 본질은 도시개발이고, 그 중심에 도시계획위원회가 있다.

 
도시계획위원회는 도시의 각종 시설을 개발하고 설치하는 시책들을 자문·심의·의결하는 기구다. 법에 규정된 심의절차를 통과하지 못하면 어떤 도시계획사업도 진척될 수 없다. 그로 인해 자산상의 막대한 불이익을 겪을 수 있지만, 허용되면 많은 혜택을 얻기도 한다. 우리의 도시에는 아직도 수많은 개발사업이 준비되고 있고, 각각은 복잡한 이해득실의 관계식을 가지고 있다. 도시계획은 ‘이권 창구’로 기능하면서 비리 온상으로 쉽사리 전락한다.

9만6007㎡ 부지에 지상 6층, 지상 35층 5개 동으로 판매 및 업무, 교육연구, 운수시설 등을 설치하는 파이시티 사업은 총사업비만 2조4000억원에 달한다. 서울 외곽 값싼 화물터미널 부지가 황금 알을 낳는 국내 최대 단일 복합유통센터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이다. 기대되는 개발이익만 1조원을 웃돈다. 그러나 이는 처음부터 그랬던 게 아니라 두 번의 도시계획 심의를 걸치면서 사업성이 높아진 것이다.

양재동 부지는 20년간 화물터미널로 지정돼 있어 백화점, 오피스텔 등이 들어설 수 없었다. 2005년 12월7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이듬해 5월 ‘화물터미널 용지 세부시설 변경’이 고시됐다. 이에 따라 터미널의 5배나 되는 복합유통단지가 들어서게 됐다. 그리고 3년 뒤 파이시티 측은 건축심의를 신청하면서 부대시설인 업무시설 중에서 오피스텔 분양이 가능한 비율을 6.8%에서 23%로 늘려달라는 도시계획 변경을 요청했고, 2008년 8월20일 도시계획위원회에서 20%까지 늘리는 것으로 승인됐다.

두 번의 도시계획 심의는 모두 ‘정상적 숙의’를 담보하지 못했다. 첫 심의는 ‘세부시설 변경에 따른 경미한 사항’으로 규정해 ‘자문’이란 방식으로 진행됐다. 2004년 5월 정책회의에서 ‘백화점 등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한’ 이명박 시장의 지시를 따르기 위한 방편이었다. 두 번째 심의에서는 부대시설로서 업무시설의 범위를 임의적으로 확대해 오피스텔 등을 포함시킨 변경안이 처리됐다. ‘도시계획이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반발이 있었지만 파이시티 측의 요청대로 가결됐다.

편법 처리는 도시계획위원회의 구조적인 역할 한계와 무관치 않다. 안건상정 전에 시장의 사전방침이 정해졌고, 정권실세와 개발업자, 시 간부 사이에 청탁이 오간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또한 업자에게 유리하도록 관계규정이 임의적으로 해석됐고, 시 간부들 사이에서는 통과 방침이 이미 공유된 듯했다. 이런 상황에서라도 문제제기를 하고 표결을 통해서라도 입장을 분명히 했어야 하지만, 도시계획위원회는 끝내 ‘거수기’에 머물렀다. 오랫동안 관료적으로 운영돼온 결과, 친개발, 보수적(친정부적) 성향의 인사들이 주로 참여하는 구조로 위원회가 고착된 것의 자업자득이다.

도시계획위원회를 둘러싼 안팎의 이해관계 구조는 개발사업을 둘러싼 먹이사슬과 쉽게 맞닿는다. 규모와 이익이 클수록, 이에 동원되는 청탁·압력·돈거래의 사슬은 전방위적으로 뻗어간다. 케빈 멕코벤이 말하는 토건국가에서의 ‘토건마피아’는 이러한 방식으로 등장한다. 개발이란 먹거리를 숙주로 번식하는 부패적인 기생충과 같은 존재들이다. 결국 개발권력을 어떻게 민주화하느냐가 해결책이지만, 그에 앞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개발주의를 거두어내는 자의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

Posted by 열린글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