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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2 16:47

시민운동 정치참여의 공과(功過) 2012년2012.02.02 16:47


시민사회신문 칼럼 글/2012.1.25

시민운동 정치참여의 공과(功過)

 

조명래(단국대 교수, 한국NGO학회장)

 

선거운동이 시민운동의 일부가 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고, 그 영향력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선거에서 시민단체들의 활동이 특정 후보의 등락을 결정짓기도 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과거 독재정권 하에서 선거는 관이 주도하기 일쑤였고, 유권자들도 선거꾼들이 돌린 고무신 한 짝과 막걸리 한 잔에 표심을 팔곤 했다. 이에 견준다면, 시민단체가 이끈 선거운동 덕분에 시민 유권자의 권리 및 투표 의식이 크게 신장된 것은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언제가 부터 정부는 선거운동에 재갈을 물리기 시작했다. 2000년 낙선운동에 의해 유력 공천자가 떨어지고 집권당의 특표 전략이 무력화되면서 부터다. 공직자선거법에 의해 낙선운동이 불법으로 규정되면서 일부 단체 책임자들은 법적 제제를 받았다. 이러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선거에 대한 시민사회적 관심과 개입은 더 커졌다. 급기야 환경단체 출신 운동가들은 정부의 개발정책을 바꾸겠다는 명분으로 2002년 지방선거에 출마했고, 그 일부는 정치인으로 성공적으로 탈바꿈했다. 시민운동가의 정치인으로 변신은 늘 있었지만, 2000년대에 들어 후보자로서 선거참여는 시민운동의 연장선으로 간주되었다.

이때부터 정치참여 문제를 둘러싼 시민사회의 논쟁이 불거졌다. 그러나 참여정부를 거치는 동안 거버넌스란 이름으로 국정에 대한 엔지오의 참여가 정당화되면서 그에 대한 시민사회적 자기성찰은 오히려 실종했다. 일부 보수언론들은 이들 두고 시민사회의 권력화라고 비판하기 시작했다. 시민사회의 권력화는 시민권의 주체로서 시민의 권능화(empowerment)가 아니라, 시민단체들이 정당과 같이 정치 세력화되는 것을 뜻한다. 시민단체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급격하게 커지면서 리더들은 제도정치권과 교감하고 권력을 나누는 준정치인으로 변모해 갔다. 이들 중 일부는 비례대표로 국회로 진입하거나 정부의 요직을 직접 맡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상황은 크게 변했다. 일부 보수단체를 제외하면, 시민단체들은 정권으로부터 탄압과 감시를 받는 대상이 되었다. 집권초기 대규모 촛불 시위로 혼쭐이 난 이명박 정권의 집권세력들은 시민사회를 일종의 적대적 비판세력으로 간주하면서 그들에 대한 보이지 않는 탄압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집권 중반을 거치면서 이명박 정권은 국민들로부터 배반의 정권으로 인지되면서 대안정치세력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지지가 커졌다. 안철수 신드롬 속에서 시민운동가 출신 박원순씨의 서울시장으로 변신은 이의 결정판이다. 이의 연장으로 시민사회는 민주당과 동등한 지분으로 통합정당까지 만드는 기염을 토했다. 뿐만 아니라 박원순의 성공적인 변신에 힘입은 시민단체 리더들이 2012년 총선 출마를 줄줄이 커밍아웃하고 나섰다.

 

총선 출마로 표현되는 시민운동가들의 정치참여는 1980년대 후반 시민사회가 등장한 이래 가장 큰 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에 따른 한국정치의 지형 변화가 심대할 것으로 예견된다. 그러나 그와 함께 정치참여의 후유증과 부정적 결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이곳저곳에 들리고 있다. 사회적 공공성과 시민권 실현을 추구하는 시민운동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는 무능한 제도 정치권을 바꾸어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시민운동 진영에서 오랫동안 잔뼈를 키운 시민운동가들의 정치참여는 환영할만하다. 더욱 직업으로서 시민운동을 계속 하기 힘든 상황에서 제도정치권으로 들어가 개인적으로 뭔가를 일구어 보겠다는 것을 탓할 사람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운동과 제도정치는 다른 것이어서 시민운동가의 정치인으로 변신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만 아니다. 시민운동은 자발성, 연대, 소통 등을 미덕으로 한다면, 제도정치는 통치를 위한 권력 찬탈을 추구한다. 따라서 시민운동가가 정당의 최고위원이 되는 등 프로 정치인으로 급변신이 개인적으로 어떨지 모르지만, 한국의 정치발전에 도움이 될지는 별도의 의문점으로 남는다. 오랜 세월에 걸쳐 제도정치의 전문성이 구축되어 있는 선진국에서는 시민운동 리더, 교수, 연예인 등 명망가가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것이 그렇게 흔치 않다. 문제는 이것만 아니다. 선거 때마다 시민운동 리더들이 정치권으로 옮아가는 것이 반복되면 하나의 선례가 되어 후배 운동가들도 줄줄이 같은 길을 걷고자 할 것이다. 시민운동은 정치권으로 들어가기 위한 예비과정 정도로 여기게 되고, 이는 결국 시민사회를 제도정치권의 이중대로 만들게 된다.

 

시민사회가 아직도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는 한국 현실에서 국가와 시장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제3영역으로서 시민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은 시대적 과제다. 따라서 시민운동가의 정치참여 확산은 시민사회적 가치 오염은 물론, 한국사회의 건강성을 이끌어낼 운동 에너지를 소진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혹자는 이를 두고 시민사회의 공동화라 부른다. 제도정치에 대한 시민운동가들의 참여 러시는 맹아기에 있는 시민사회의 망실을 불러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시민사회의 공동화로 인해 국가와 시장이 서로 유착하여 사회 전반에 대한 지배를 강화하면 한국사회의 건강성은 그 만큼 위협 받게 된다. 시민운동가들은 시대적 책무감으로 시민운동에 투여했듯이, 정치참여도 시대적 책무감의 관점으로 판단해야 한다. ‘너도 나도 정치에 참여하면, 누가 남아서 소(시민사회)를 키우겠는가하는 자조 섞인 비판의 의미를 그 어느 때보다 깊게 새겨 볼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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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열린글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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