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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이슈논쟁] 평균가구원수 줄고 주택 과부족은 심화 "40년전 기준 현실과 괴리… 소형 늘려야"

가구-주택형태의 부조화 해소필요
65㎥로 조정시 주택공급 30%↑


1972년 제정된 주택건설촉진법(현 주택법)에 도입된 국민주택은 국민으로서 적정한 주거적 삶을 사는데 적합한 '표준적 규모'와 대량 공급을 위해 정책적 자원을 집중시켜야 할 '대상집단'이란 두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40여년이 흘렀지만 국민주택의 뜻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구성요소는 크게 바뀌었다. 우선 가족 크기의 변화다. 1972년 법 제정 당시 평균 가구원수가 5.37명이었지만 2010년엔 2.69명으로 반으로 줄었다. 가구의 소형화는 앞으로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이에 견주어 그간 주택공급은 중대형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 결과 가구형태와 주택형태 간에 부조화가 나타나고 있다. 가령, 서울시의 1~3인 가구는 전체의 69%를 차지하고 있지만 소형가구에 적합한 60㎡이하 주택은 전체의 37%에 불과하다.

90년대 후반 영국에선 '향후 30년간 신규주택 400만호 공급'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복지국가 시절 대량 공급했던 4인 가구용 '가족주택'이 급증하는 독신가구 등의 주거패턴과 맞지 않으면서 대두한 논쟁이었다. 한국의 최근 주택정책 상황도 이와 유사하다. 가구의 빠른 소형화 등으로 40년 전 기준인 국민주택 관련규정의 변경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서울시가 국민주택 규모를 1~3가구에 적합한 65㎡로 낮추어 줄 것을 중앙정부에 건의한 것은 이런 사정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와 반론이 만만찮다.

국민주택 규모(85㎡)는 전용면적으로 25.7평이고 공급면적으로 32~34평에 해당한다. 4~5인 기준에 맞춰 거실 외에 침실이 2~3개 갖춰진 규모다. 2005년부터 허용된 발코니 확장부분 등을 포함하면 전용면적 85㎡의 실제 거주공간은 최대 128㎡(38.8평)까지 나온다. 이 정도의 규모는 1~3인 가구가 살기에 너무 크다. 가격 또한 크게 올라 저렴 분양주택을 바라는 청약저축통장 가입자들이 부담하기에 벅차다. 가구의 소형화와 고가주택의 시대, 30평대의 아파트를 국민표준주택으로 삼는 것은 주택의 과소비를 정책적으로 부추기는 꼴이 된다.

국민주택이 정부가 공급하는 분양주택 규모의 중심이 됨에 따라 2009년까지 공급된 공공주택의 절반이상이 32~34평대(국민주택)였다. 이는 보금자리주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규모가 큰 주택에 정책혜택이 집중되면 한정된 토지에서 주택공급 늘리기가 힘들어진다. 선진국에 비해 도시적 용지가 크게 부족한 우리의 경우, 소형화는 기성토지를 집약적으로 활용하는 핵심 방식이다. 가령, 85㎡ 주택 1만 호를 지을 땅에 65㎡ 주택을 짓게 되면 공급량이 30% 이상 늘어난다.

혹자는 국민소득이 늘면 주택규모도 커지기 때문에 국민주택기준을 굳이 축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2011년 한국의 일인당 주거용 면적은 36㎡이다. 이는 2002년 프랑스와 독일 수준에 가깝다. 소득향상에 따라 국민주택 밖의 주거면적은 계속 늘 것이다. 그러나 정책자원을 집중해야 할 '주된 주택의 규모'를 막연한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는 것은 옳지 않다. 도시적 용지부족 문제를 떠나, 에너지 효율적인 콤팩트 소형주택의 공급은 저탄소 녹색도시를 지향하는 선진도시들의 주택정책이다. 주택이 과부족하고 고가이며 가구가 빠르게 소형화되고 있는 한국의 도시상황에서 소형ㆍ저렴주택의 공급확대는 더욱 피할 수 없는 한국적 주택정책의 선택이다.

국민주택기준의 하향조정을 반대하는 측은 20여 가지 제도를 일시에 바꿀 없다는 이유를 으뜸으로 꼽고 있다. 필요하면 소형주택을 더 지으면 되고 세제 해택 등을 더 늘리면 되지 기준을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는 점도 중요하게 꼽는다. 하지만 이런 유의 이유들은 어떤 경우라도 국민주택의 기준변경을 반대하는 빌미가 될 수 없다. 40년 전 급격한 성장기 도시근교의 처녀지에 공장식 주택을 대량 공급할 때 도입된 '국민적 표준주택' 기준이 주택의 패러다임이 바뀐 지금도 유효하다는 강변은 과연 누구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자문해 봐야 한다. 국민주택기준의 변경문제는 국민의 보편주택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철학 문제이면서 서민 주거복지를 어떻게 푸느냐의 실천 문제이기도 하다.

Posted by 열린글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