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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7 11:18

개발국가의 녹색성찰을 읽고 2006년2010.07.07 11:18

개발국가의 녹색성찰 (문순홍 외, 2006, 아르케)


  이 책은 고(故) 문순홍 박사가 책임자가 되어 수행한 ‘새로운 사회발전모델로서 녹색국가에 관한 연구(2002-2004년, 한국학술진흥재단 지원 연구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하여 엮어진 것이다. 연구 결과는 모두 2권의 책으로 나왔다. 1권은 녹색국가 전체연구 중에서 1차 년도에 수행되었던 ‘개발국가에 대한 녹색평가’의 내용을 담고 있다면, 2권은 2차년도 연구성과인 ‘녹색국가모델’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두 권 중, 이 책은 첫 번째에 해당한다.

 

 이 책은 크게 9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제1장과 제2장은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서 환경적 요소가 어떻게 투입되고 또한 어떠한 결과를 초래했는지를 개관하기 위해 ‘경제성장’과 ‘산업정책’에 대한 녹색평가를 시도하고 있다. 제1장은 1971년부터 2001년까지 한국에서 경제성장에 따른 자원소비 변화를 정량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제2장은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산업화정책으로 인해 환경에 가해진 압력과 그로 인해 발생한 오염의 상태, 그리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사회적 노력의 수준을 논의하고 있다.

 제3장과 제4장은 근대화의 프로젝트들이 어떻게 환경에 착목되면서 이의 파괴를 초래했는지를 개발국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한 토지정책과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한 녹색성 분석을 통해 답을 찾고 있다. 제3장은 1960년대 이전부터 2000년대까지 전개된 토지정책을 분석하면서 토지이용이 지속가능하지 않는 원인구조와 그에 따른 국토환경 파괴의 단초를 밝혀내고 있다. 제4장은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이후까지 실시된 대규모개발사업의 구조적 특성, 나아가 개발사업을 둘러싼 갈등과 지속가능성의 한계를 들추어내고 있다.

 제5장과 제6장은 개발국가 행정체제와 개발동맹의 형성 및 특성을 분석하고 하는 데, 이를 통해 성장과 개발을 추동하는 기제를 추적하고 한다. 제5장은 개발국가 행정체제가 형성되는 과정을 ‘토대형성기’, 개발행정체제 등장과 경성체제로의 ‘강화기’(박정희정권), 연성체제로서 ‘지속기’(김대중정권)로 나누어 분석하고 있다. 제6장은 1960년부터 1990년 이후까지 국가주도 대형개발사업이나 주택개발사업을 사례로 하여 한국적 개발동맹의 작동구조와 특성을 그리고 있다.

 제7장과 제8장은 개발국가의 균열과 거시적 구조변동을 정치, 경제, 사회적 측면에서 분석하고 있다. 제7장은 개발국가의 개념을 구성하는 ‘개발주의와 국가주의’가 이념과 논리, 제도, 조직 세 차원에서 어떻게 균열되면서 변화를 겪는 지를 규명하고 있다. 제8장은 1987년을 기점으로 하여 개발국가가 균열을 겪으면서 새로운 단계와 유형으로 옮겨가는 양상을 분석하고, 동시에 그 균열 속에서 싹트는 녹색국가의 맹아를 찾아내고 있다.

 끝으로 제9장은 개발동맹과 녹색연대에 대한 담론을 분석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의 취임사나 환경단체의 설립취지문 혹은 성명서 등에서 드러난 녹색담론을 검토한 뒤, 이를 바탕으로 개발담론구성체에 맞서는 녹색담론구성체가 어떻게 형성되고 대립해 왔는지를 논의하고 있다.

 

 이 책은 이렇듯 한국의 국가를 ‘개발국가’로 규정하고 이를 보여주는 산업화와 경제성장, 개발정책, 개발기구 등을 분석하면서 국가현상과 그 역할구조를 검토하고 있다. 국가이론이란 관점에 본다면, ‘개발국가’는 찰머스 존슨이 말한 ‘발전주의 국가(developmental state)’를 국토환경 이란 시각으로 재정립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말하자면 높은 자율성을 바탕으로 시장을 포함한 거시경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내는 발전국가의 역할을 공간환경에 대한 개입을 통해 산업화를 뒷받침하는 역할로 바꾸어 설명하는 것이 이 책이 전개하는 ‘개발국가’론이다.

 

 영어로는 동일하게 ‘developmental state’로 표기되지만, 우리말로 ‘발전’과 ‘개발’은 확연히 구분된다. 발전은 단계적으로 나아지는 질적 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현대사회에서는 대개 경제성장으로 지칭된다. 이에 견주어 개발은 발전을 현실에 일구어 내는 인위적인 행위(예, 건설)로서, 가령 공단, 댐, 도로의 건설 등과 같은 국토개발로 지칭된다. 발전국가가 사회경제적으로 착취적이고 약탈적이듯이, 개발국가도 강력한 개발주의 리더십(개발독재) 하에서 삶터인 국토환경을 경제적 목적에 걸맞은 방식으로 재편하는 가운데 생태환경적으로 파괴적이고 약탈적인 면모를 보인다.

 

 동일한 국가현상을 발전국가란 프리즘으로 설명하는 것과 개발국가란 프리즘으로 비춰보는 것은 다른 것이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전개된 한국의 급격한 근대화는 한국의 강력한 국가의 역할을 떠나선 설명할 수 없다면, 국가 현상을 다양한 각도로 평가 분석하는 것은 그 만큼 한국의 국가 특질에 관한 우리의 이해를 높여준다. 국토환경에 대한 개입을 통해 근대화를 이끌어내는 발전국가의 다른 역할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정치학자 등 정통적인 국가론자들이 주목하지 못하는 측면을 보여주고 있다 할 수 있다. 또한 이 점에서 이 책은 한국의 국가론을 발전시키는 데 일정하게 기여하고 있다 할 수 있다.

 한국의 국가론과 관련하여 이 책이 흥미롭게 제기하는 주장은 근대화 과정에서 한국의 국가가 개발국가의 모습과 역할로 시종일관해 온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1980년대 후반 1990년대 초를 거치면서, 한국의 개발국가는 중산층의 출현, 시민사회의 등장, 민주화, 개발주의에 대한 반성, 삶의 정치 확산 등과 같은 거시 사회적 변동으로 말미암아 그 견고한 허물을 조금씩 벗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결과 그 간 공간환경을 경제성장의 일방적인 도구로 삼던 개발국가의 역할은 공간환경의 가치를 일정하게 존중하고 배려하는 방식으로 경제성장을 조절하는 것으로 조금씩 옮겨졌다. 이로써 ‘회색’의 개발국가가 ‘녹색’의 개발국가로의 탈색이 나타나게 되었다고 한다.

 

 말하자면, 한국의 개발국가는, 1980년대 후반 이후의 거시사회적 변동 속에서 국가주의적 개발주의 이념, 개발독재형 국가운영, 경제성장 일방형 국가정책 등을 조금씩 탈각하면서, 경제와 환경 혹은 개발과 보전의 균형을 이끌어내는 녹색국가로의 이행을 겪게 되었다. 물론 그 이행이 한국의 국가가 현재 진정성이 있는 녹색국가 유형으로의 안착을 뜻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한국의 개발국가 성격 규정과 관련하여 많은 논란을 낳을 수 있다. 이를테면, 지금의 개발국가는 ‘탈발전국가’, ‘연성형 개발국가’, ‘신개발주의국가’, ‘약한 지속가능 발전국가’ 등 어떤 유형으로 규정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근본적으로 국가역할 전환 속에서 개발과 발전의 문제는 어떻게 재규정되어야 하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이 책이 주기 보다 앞으로의 연구자들에 의해 주어야 할 성질의 것이다.

 

 한국의 국가문제를 녹색의 관점에서 재조명하는 이 책은 작고한 문순홍 박사의 선구적인 ‘환경정치학’ 연구 작업이 없었더라면 태어나지 않았다. 인간과 인간 간의 권력관계를 인간과 자연의 권력관계로 확장하는 사유를 통해 정치와 국가문제를 재조명하고, 나아가 지속가능하지 않은 근대적 발전의 한계를 넘어서는 길(예, 생태적 탈근대화)을 찾아보고자 했던 것이 정치학자로서 문순홍 박사가 평생 업으로 삼았던 것이다. 이를 위해 그녀는 ‘크리스천 아카데미’ 내에 ‘바람과 물 연구소’를 꾸렸고, 그 울타리가 이 책을 생산한 연구자들의 사랑방이 되었다. 이 연구소가 2002년 펴낸 ‘한국에서의 녹색정치, 녹색국가’(당대)는 이 책의 선행연구이면서, 동시에 녹색정치, 녹색국가, 녹색진보 등에 관한 논의의 선구자가 되었다.

 ‘개발국가의 녹색성찰’은 이러한 논의의 선상에서 읽혀져야 한다. 이 선상에서 볼 때, 이 책이 가지는 상대적 취약점은 ‘개발국가’를 논의하면서 ‘개발국가’를 제대로 논의할 수 있는 견고한 이론적 전망을 깔고 있지 않는 점이다. 이는 이 책의 집필에 참여한 연구자들의 학문적 훈련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개발국가의 현상이 삶의 터전인 국토환경과 관련하여 그 실체를 드러내기 때문에 여기에 눈높이를 맞춰 개발국가의 특질을 헤쳐보아야 한다는 점에선 이 책의 이러한 흠결은 덮어질 수 있다. <끝>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간, <서평문화>(2006.12월호)를 위한 글/2006.12.6


Posted by 열린글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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