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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을 위한 글/2007.10.24

‘경부운하 찬성론’에 대한 몇 가지 반론


조명래(단국대 교수)



1. ‘자연물길’이란 주장에 대해


 운하 찬성론자들은 ‘전체 540km 중 조령구간 40km만 터널을 뚫어 연결하는 ‘인공하천’이고 나머지 구간은 대부분 자연물길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전 노선에 콘크리트를 쳐서 만들 것’이라는 ‘반대론자들의 무지’(고려대 곽승준 교수의 표현)를 일깨우기 위한 것이다. 한나라당 선대위의 한반도대운하 특별위원장(장석효 전 서울시행정부시장)에 의하면, 이는 ‘운하의 기본개념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국어사전에서 운하는 ‘수리, 관개, 배수, 급수, 선박의 항행 등의 목적으로 육지를 파서 만든 인공의 수로’로 정의되고 있다. 찬성론자들의 주장대로 540km 구간의 대부분이 인공적 개입과 변형이 없는 ‘자연물길’로 유지될 수 있다면 처음부터 운하란 말을 사용하지 말아야 했다. 운하의 종류에는 인공수로도 있지만, 하천개수수로, 굴착수로 등과 같이 기존하천을 심대하게 변경하여 사용하는 수로도 포함된다. 말하자면 운하라면 인공적인 개입과 변경이 가해지는 것이어서 자연 물길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문제는 개념이 아니라, 수심 6m를 유지하기 위해 한강-낙동강 540km에 평균 29km 마다 수중보와 갑문을 설치해 관리하기 위해선 ‘자연물길’의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자연조건이 맞지 않는 한강-낙동강을 운하로 무리하게 사용하기 위해선 구간에 따라 대규모 토목적 형태변경과 인공시설의 설치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이로 인한 하천 생태계의 파괴와 왜곡 또한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가령, 100m의 바지선이 통과하기 위해선 최소한 50m 정도의 하천 직강화가 요구되며, 또한 선박 운항에 따른 운하의 가장 자리의 침식을 막기 위해선 직강화와 함께 수재 등을 만들어 고정화를 도모해야 한다. 운하의 특성상 자연적 물길을 그대로 살리고 직선을 피한다는 게 불가능하여, 직강화와 수재 등의 설치는 강변 습지 등의 파괴와 그로 인한 수변 생태계 파괴를 수반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수심을 6m 이상 인위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한강-낙동강 전 구간에 적게는 2m, 많게는 17m 이상의 깊이로 준설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 상태의 한강과 낙동강은 하천개수로이면서 굴착수로로서 더 이상 자연물길이 아니다. 개수와 굴착에 더해 준설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면 두 강은 사실상 인공수로와 다를 바 없게 된다. 이 모두는 자연조건에 맞지 않는 운하를 무리하게 만들게 됨으로써 생긴 현상으로, 최소 경부운하가 더 이상 ‘자연물길’이 아님을 명증하게 보여준다. 따라서 ‘총 540km 중 인공수로는 40km’란 주장으로 운하건설에 따른 환경 파괴와 훼손의 문제는 더 이상 덮여질 수 없다.

  

2. ‘환경피해가 적다’는 주장에 대해


 찬성론자들은 ‘준설을 통해 수심만 증가할 뿐 수위가 증가하는 것이 아니어서’ 운하로 인해 홍수가 유발하지 않을 것으로 주장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댐이나 보는 많은 물을 저류하게 되어 홍수 유발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집중호우나 홍수로 토사유출이 되더라도, 이는 주로 여름 철에 2-3번 발생하는 것이어서 문제가 되지 않으며, 더욱 배사구를 댐이나 보에 설치하면 토사가 자연스럽게 유출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면, 물길의 고도차를 극복하기 위해 갑문이 설치되면 일정구간의 수위가 동일하게 되고, 그 결과 일부 구간의 수위는 불가피하게 올라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 구간에서 지천의 물이 본류로 쉽게 빠지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관동대 박창근 교수에 의하면, 갑문이 설치되면, 홍수의 상승이 최고 약 6m에 이르러 한강-낙동강 본류 절반이 홍수위험에 노출된다고 한다. 한편 준설로 인해 통수량이 늘지만, 유량 자체가 많아지면서 물흐름이 느려져 홍수의 위험을 높여준다.

 경부운하 예정 노선인 한강수계에는 703개의 지천이 있고, 낙동강 수계에는 785개의 지천이 있다. 이러한 지천들로부터 국지성 호우 등으로 급류형성과 토사유출이 이루어지면 토사나 각종 폐기물들이 대량으로 밀려와 갑문이 설치되어 있는 하천의 일정 구간의 수중과 수면을 꽉 메우게 된다. 실제 최근 강원도 오대산 일대에 내린 집중호우로 계곡 전체가 유실되면서 발생한 엄청난 양의 토사와 폐기물들이 만약 운하로 떠내려 오면 어떻게 될지를 상상해보면, 이러한 문제는 쉽게 예견될 수 있다. 이로 인하 수질악화, 하천변의 생태계 파괴, 토사퇴적 등의 환경피해가 속출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배사구는 제대로 구실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한강과 낙동강 자체가 물이 흐르지 않는 호소로 변하게 되면, 그로 인한 각종 환경피해도 속출하게 된다. 우선 본류와 지천으로 구성된 하천 수계를 따라 형성된 다양한 물환경이(물이 깊고, 얕고, 돌이 많고, 적은 환경에서 형성된 서식체계 등) 파괴되어 하천생태계의 황폐화를 불러오게 된다. 또한 댐 지역에서 목격되는 잦은 안개, 기온저하, 과도한 습기 등이 지역의 미기후의 변화를 바꾸어 지역의 작부체계를 문란시키게 된다.

 


3. ‘팔당댐 3개의 효과’에 대해


 찬성론자들은 ‘강바닥을 준설하고 제방을 튼튼이 하면 남한강과 낙동강에만 9억3000만 평방미터의 저류량이 증가해.... 팔당댐 3개를 새로 건설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증대된 저류량으로 장차 겪게 될 물부족을 해소하고, 더욱 맑은 물로 희석시키는 (flow augmentation) 방식의 수질정화 효과마저 얻게 된다고 한다. ‘수량’으로만 보면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 요는, 그 수량을 어떻게, 어디에서 확보하고, 어떻게 이용․보전하며, 다른 방식과 비교해, 얼마만큼 효과적이고 경제적이며, 더욱 생태적인가 등을 면밀히 검토해서, 그 타당성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가령, 팔당댐 3개 규모의 저류량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필요한 곳에 적절한 시설과 용량으로 물을 저류하고 또한 지역적 상황에 맞는 방식으로 저류된 물을 이용할 수 있는 수자원이용 체계의 강구가 더 중요하다. 이러한 것이 고려되지 않는, 경부운하로 인한 ‘팔당댐 3개 규모의 저류’는 한강과 낙동강 수계에 미래에 필요한 적정규모의 저류시설(댐 포함)을 다양하게 설치해 물을 보다 효과적이며 생태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불가능할 수 있다. 이는, 대규모 댐이 갖는 생태적 한계와 같은 문제가 운하가 만들어지면 한강과 낙동강 수계 전반에 나타나게 됨을 시사하는 것이다. 팔당댐 3개 규모의 저류방식은 다른 지속가능한 저류방식과 비교한다면 불필요하고 반생태적인 것이어서 경부운하의 타당성을 뒷받침되는 조건이 결코 될 수 없다.

 특히 양 수계에 걸친 대규모 저류는 물관리에 엄청한 비용과 사회갈등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찬성론자들이 ‘수량확보로 수질관리를 도모한다’는 것과 전혀 다른 결과가 생길 수 있음을 시사한다. 즉, 현실에선 찬성론자들이 주장하는 데로 ‘많은 수량’이 물을 희석시켜 수질을 자동적으로 개선시켜주지 않는다. 가령, 경부운하가 건설되면 물이 흐르는 시간이 최소 5-10배 이상 길어져 강의 호소화와 함께 녹조현상 등이 불가피하게 발생하게 된다. 특히 보 상류부는 갈수기에 유속이 75%까지 감소해, 부유물질의 퇴적이 증가하고 산소농도가 감소해 식물성 플랑크톤 및 깔따류가 대량 증식하게 된다. 이로써 만성적인 녹조현상과 함께, 체류시간이 길어짐으로써 1급 수 어종은 완전히 사라지고 생물종 모두가 긴 체류시간에 맞는 호소형으로 대체되어 수생태계의 교란이 심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나라 4대강의 하천오염은, 찬성론자들이 주장하는 데로 수량이 적어(이를테면 갈수기에) 발생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한강의 팔당댐 물이 맑은 것에 반해, 하구가 막힌 영산강 물의 오염이 심각한 것의 차이는 수량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주변의 각종 점오염원을 규제하고, 또한 오염물질의 유입을 차단하는 관리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운하의 수질이 일정수준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양 수계 전반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에 대한 광범위하면서 철저한 규제가 강구되어야 한다. 말하자면 팔당상수원보호구역의 지정과 같은 규제가 한강과 낙동강 수계 전반에 적용되어야 수질이 유지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유럽과 달리 운하의 물을 식수로 써야 하는 우리나라에서, 경부운하를 유지하기 위해 한강과 낙동강 540km 주변 전체 팔당상수원보호와 같은 엄격한 규제가 적용된다면, 각종 토지의 생산적 이용에 제약이 가해져 지역경제의 위축은 물론이고, 규제를 둘러싼 민원이 지속적으로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4. ‘영국운하의 벤치마킹’에 대해


 우리나라에서는 내륙으로부터 조금만 나가면 바다가 있어, 하천을 이용하는 주운보다 연안을 이용하는 해운이 더 자연스럽다. 말하자면, 섬 국가나 반도 국가에선 주운이 별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찬성론자들은 4면이 바다인 영국에서는 3000km에 이르는 운하대국임을 주장하면서, 섬국가나 반도국가에 주운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18세기때부터 석탄을 멘체스타 항구로 나르기 위해 브리워터 운하를 건립한 뒤 곳곳에 운하가 세워졌다. 영국 중남부는 반경 25km 내 어디를 가든 운하가 있을 정도로 운하가 많다.

 영국의 내륙운하는 18세기 산업화가 본격화되면서 산업제품의 물동량 수송을 위한 목적으로 건립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영국의 운하는 석탄, 철강 등 초기 산업제품의 편리한 운송 조건, 운하를 만들기에 유리한 자연조건, 교통수단으로 운하를 만들 수 있는 사회적 역량 등의 조건이 맞물리면서 빠르게 확산되었다. 이러한 세 조건이 사라진 현재, 운하는 3000km로 남아 있지만, 그 활용도나 중요성은 현저하게 약화되어 있다. 그래서 실제 1960년대 들어서는 전국의 모든 운하가 거의 폐쇄됐다. 그러다가 최근들어 운송수단의 다변화, 운하의 관광자원화 등의 방식으로 운하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지만, 이는 운하를 새롭게 만드는 방식으로서가 아니라, 기존의 것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영국의 운하는 몇몇 대운하를 제외하곤 산업용으로서가 아니라 (예, 운송), 주로 관광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영국의 운하는 백두대간의 골격을 이루어는 한강과 낙동강 같은 큰 강이 아니라, 좁은 인공수로에 작고 길죽한 주택용 혹은 관광용 배를 운행하는 정도로 활용되고 있다. 영국의 운하는 길이도 짧고 갑문이 거의 없거나 갑문이 있더라도 수위차가 얼마 안 되는 소규모다. 또한 영국은 연중 강수량이 고르고, 하천에 수량이 풍부하며, 높은 산이 없어서 개울을 운하로 잇기가 쉽다. 전반적으로 볼 때, 영국의 운하는 이미 있는 것을 관광자원 등으로 활용하는 것이지, 우리나라에서 현재 기획되고 있는 것과 같이 국가적 동맥을 이루는 교통망으로 활용되지는 않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영국에는 현재 경부운하와 같은 대규모 운하체계가 사실상 없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한마디로 영국의 잘 발달된 도로, 철도, 해운체계  하에서 운하가 경쟁적이고 주도적인 운송 및 교통수단이 결코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영국의 ‘3000km 운하’를 이야기하면서 섬 국가인 영국의 운하가 마치 ‘국운창출을 위한 경부운하’와 같은 것으로 주장하는 것은 영국 현실을 제대로 모르고 하는 것이다.

 섬 국가이면서 우리와 비슷한 자연지세를 가진, 후발 선진국 일본에서는 운하가 국가적인 교통개발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면서 산세가 험하고 사행천이 많으면서 하상 폭이 좁고 수심이 얕으며 유속이 빨라, 다른 교통수단과 비교할 때, 운하는 21세기 일본을 선도하는 것이 결코 되지 못하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경부운하(혹은 한반도 대운하)는 우선 우리의 자연에 맞지 않고, 또한 21세 한국의 산업 및 지역 시스템에도 맞지 않다.

Posted by 열린글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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