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10

« 2019/10 »

  •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2011.07.18 10:15

고향찾기로 자연을 되찾자! 2011년2011.07.18 10:15

칼럼 글/2011.7.17

고향찾기로 자연을 되찾자!

조명래(단국대 교수)


어릴 적 뛰놀며 살았던 고향은 누구나 잊지 못한다. 고향을 떠나 다른 곳에 오래 살다가, 타 지방을 가면, 그 뭔가 낯설고 물설은 감이 밀려온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오래 살아도 우리는 그곳의 삶을 타향살이라고 한다. 이러한 규정의식 이면엔 언젠간 꼭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귀소의식이 강하게 잠재되어 있다. 나이가 들어 고향으로 가고 싶어 하는 것은 그래서 누구나 갖는 꿈이다. 도대체 고향이 뭐 길래 돌아가고 싶을까?

고향에 대한 귀소의식은 엄마의 몸속으로 돌아가고 싶은 의식의 확장이라 할 수 있다. 엄마의 몸은 생명이 잉태되고 태어나는 데 필요한 보호가 가장 완벽한 곳이다. 그 보호는 아마 생명체로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최대치다. 엄마 품의 포근함은 그래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가장 완벽한 편안함에 해당한다. 마찬가지로 자라는 동안 우리는 고향의 산천, 동네, 사람들과의 엮임 속에서 생명적 존재로서 보호를 받는다. 엄마의 품이 포근하고 편안하듯이, 고향의 이러한 보호망도 포근함과 편안함을 의식 속에 각인 시켜준다.

타향살이가 고달파도 돌아갈 수 있는 고향이 있으면, 우리의 잠재의식 속의 미래는 밝다. 반면, 돌아갈 고향이 없거나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일상 속에서 겪는 마음의 아픔은 필설로 형언키 힘들 정도다. 전쟁 통에 잠시 피난 온 것으로 생각하며 살아다 끝내 고향을 못보고 돌아가신 월남 피난민 세대들이 앓았던 ‘향수병’을 생각하면 그 아픔을 쉽게 상상해 볼 수 있다.

그런대 돌아갈 수 있는 고향이 있어도, 그 고향이 더 이상 어릴 적 고향이 아닌 것으로 변해 있거나 망실되어 있어도 겪는 아픔은 마찬가지다. 고향 상실로 고통을 겪는 대표적인 예는 수몰지역 출신의 사람들일 것이다. 수백 년 동안 대대로 살던 터전은 물론, 산천마저 통째로 물속에 잠겨 가까이 가서도 더 이상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다. 수몰민들이 겪는 고향상실감은 그래서 회복불가능한 정신적 트로마(trauma, 상흔)가 된다.

우리는 급격한 개발의 시대를 살면서 참으로 많은 고향을 잃었다. 지금도 계속되는 재개발, 신도시 건설, 공단 건설, 고속도로 건설, 공항 건설, 댐건설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잃고 있다. 고향의 상실은 뿌리의 상실이다. 개발을 명분으로 하여 자행된다는 측면에서 고향과 뿌리의 상실은 역사와 전통의 부정이기도 하다. 또한 거대한 토목사업에 의해 산천이 통째로 사라지고 변형되는 것에 의해 고향이 사라질 때는 사람의 고향만 아니라 숱한 생명체의 고향인 자연마저 사라지고 파괴된다.

고향을 잃는 비용은 경제적 산법으로 쉽게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의 영원한 손실이고 증발이다. 긴 역사의 시간 동안 만들어진 고향의 가치(비용)를 다 합치면, 아마 짧은 시간 동안 얻은 개발의 가치(편익)를 훨씬 능가할 것이다. 비용과 편익의 비교는 일정 규모의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 사업타당성 검토를 위해 반드시 거치는 평가방법이다. 개발의 시대를 살면서, 우리는 고향상실의 비용을 올바르게 가늠하지 않은 채 단기적 개발이익만 크게 부풀리는 방식으로 개발사업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해 왔다.

알고 보면, 우리는 참으로 얕은 지혜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개발사례는 4대강 정비사업이다. 4대강 정비사업 중에서도 내성천의 영주댐 건설을 가장 비근한 예로 들 수 있다. 1999년 송리원댐이란 이름으로 추진하다 2003년 중단된 이 사업은 최근에 불씨를 다시 살려 추진되고 있다. 댐건설로 500여 가구가 고향을 떠나야 하고 괴헌고택 등 13점의 국가·도 지정문화재가 물에 잠기게 된다. 또한 강물이 휘몰아 흐르면서 만들어낸 운포구곡, 물돌이 마을(무섬마을), 회룡포 등 내성천의 비경도 사라지거나 크게 훼손될 처지다. 내륙강으로 내성천은 보기 드믄 아름다운 모래강이면서 수달, 원앙, 흰수마저 등 다양한 보호종들이 서식하고 있는 생명의 강이지만, 이젠 더 이상 모래강의 아름다움과 생태적 건강성을 볼 수 없을 것 같다. 우리 모두 고향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내성천을 바라봤다면 댐 건설을 무모하게 추진하지 않았을 것이다. 고향찾기운동이 요원의 불길처럼 인다면 내성천도 되살아 날 것 같다.

Posted by 열린글통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