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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술>을 위한 글/2009.10.3

그린벨트 해제와 보금자리주택 공급의 문제


조명래(단국대 교수)


1. 이슈의 배경

 도시 주변을 둘러싼 녹지 공간으로서 개발하지 않고 보전하는 곳을 그린벨트(Green Belt, 이하 GB)라 부른다. 1971년에 도입된 이래 GB는 늘 논란거리다. GB는 개발행위를 제한하는 땅이다. 사유지가 대부분인 땅에서 개발 행위를 못하게 하니 그에 대한 저항과 불만이 적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GB가 잘 보전이 되느냐 하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2006년부터 2008년 사이 전국적으로 총 6,622건의 불법 행위가 적발되었고 그로 인해 1.94㎢(약 60만평) GB 땅이 훼손되었다.

 

 GB를 유지하는 게 그만큼 힘들고 또한 경제적으로도 반드시 득이 되지 않는다. GB는 토지부족, 땅값상승, 공공시설 공급의 어려움, 불법조장, 과중한 관리부담 등의 문제를 낳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GB를 확 허물고 개발을 전면 허용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도 그렇게 간단치 않다. GB는 본래부터 개발을 하지 않음으로써 그에 따른 도시계획적 기능을 수행한다. 개방공간의 확보, 도시 확산의 방지, 미래세대를 위한 유보지 확보, 군사시설의 보호, 생물종 보전 및 열섬저하를 위한 생태공간의 유지 등이 곧 GB의 도시계획적 기능이다.

 

 GB를 둘러싼 입장은 이렇듯 창과 방패와 같다. 이 딜레마를 풀기 위해 정부는 여러 차례 제도 보완을 통해 GB 관리와 이용 상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과거 정부는 GB의 원형을 최대로 보존하고자 했다. 이에 견주어 보존할 곳은 보존하되 GB로서 기능이 다한 곳은 풀어서 활용하자는 게 최근 정부의 입장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 동안 여러 차례 이러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현 정부는 수도권 GB 78㎢를 해제한 자리에 2012년까지 서민용 보금자리주택 32만호를 공급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실용적 GB 정책에도 적잖은 문제가 있다. GB의 자의적 해제에 따른 도시환경의 악화와 서민용 주택으로서 보금자리주택의 한계가 두 핵심 문제다.

 

 

2. 개발제한구역으로서 GB의 보존과 해제 과정

 GB는 ‘국토의 이용 및 계획에 관한 법’에서 규정하는 ‘개발제한구역’을 말한다. 개발제한구역은 토지이용 행위에 대한 엄격한 제한을 통해 녹지보전, 도시확장 방지, 유보지 확보 등과 같은 목적을 달성하는 도시계획 상의 용도지역 관리수단이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자면 개발제한구역은 GB와 다르다. 1971년 7월에 도입된 이후 1977년까지 모두 8차례에 걸쳐 5,397㎢의 개발제한구역이 전국적으로 지정되었다. 개발제한구역 덕분에 우리는 도시 주변에 광대한 녹색 개방공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을 통제하면서 도시의 생명벨트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개발제한구역 땅의 80% 이상이 사적소유인 상태에서 녹지보전이나 도시확산방지란 공익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지켜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개발제한구역은 땅의 소유자 내지 이용자에게 적절한 보상 없이 엄격한 행위제한을 가하는 방식으로 유지되어 왔다. 때문에 이들의 희생과 고통은 늘 ‘민원’의 대상이고, 이들의 ‘해제 요구’는 늘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다. 1971년 이후 개발제한구역의 관리 규정이 무려 48차례나 바뀐 것도 이러한 까닭 때문이다.

 

 이에 김대중 정부는 개발제한구역제도를 ‘박정희 정권의 잘못된 유산’으로 간주하면서 이를 대대적으로 손질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100대 선거 공약 중의 최우선 과제로 선정된 ‘개발제한구역제도 개선’은 이해관계의 복잡성 때문에 민관협력기구를 통해 추진됐다. 또한 ‘풀 덴 풀고 묶을 덴 묶는다’라는 원칙 아래 환경성 평가를 실시해 환경성 등급이 낮은 지역(4, 5등급)은 풀고, 높은 지역(1, 2등급)은 보전지로 존치하며, 중간 지역(3등급)은 조정지로 분류하기로 했다. 이 모든 작업은 영국 도시농촌계획학회의 권고에 따라 수립된 ‘광역도시계획’ 틀 속에서 추진되었고, 이를 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도 제정했다.

 

 한편, 이러한 해제절차와는 별도로, 존치의 필요성이 없다는 이유로 7대 중소도시(제주, 춘천, 진주, 전주, 청주, 여수)의 개발제한구역은 2000년에 모두 해제했고, 7대 대도시권(서울, 부산, 대구, 대전, 울산, 광주)의 개발제한구역 중 우선해제지역(20호 이상 취락지, 국책사업지역, 지역숙원사업지역 등)도 일찌감치 해제했다. 남은 지역에 대해서만 광역도시계획을 수립한 후 구역 해제 내지 조정을 하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산출된 2020년까지 해제 내지 조정 가능한 개발제한구역은 총 222㎢로 이중 수도권 면적은 124㎢다. 전체 해제가능 면적 중 지금까지 122㎢가 해제됐고 120㎢가 남아 있다. 수도권에서는 총 98㎢가 해제됐고 26㎢가 아직 미해제로 남아 있다.

 

 개발제한구역은 지금까지 상당히 엄격하게 관리되어 왔고, 또한 나름대로 민주적․계획적 절차를 걸쳐 해제할 곳은 대부분 해제된 상태다. 2007년 수도권 광역도시계획 수립을 끝으로 7~8년에 걸친 개발제한구역의 조정과 해제, 그리고 사후관리를 위한 계획수립이 모두 마무리됐다. 이러한 상태에서 임의적 추가해제나 그에 상응하는 조치는, 사안의 옳고 그름을 떠나, 개발제한구역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GB 내 보금자리주택 공급은 바로 이러한 우려를 낳고 있다.


3. GB 해제에 의한 보금자리주택 공급

 2009년 8.15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집 없는 서민을 위한 획기적인 주택정책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2012년까지(이명박 대통령 임기) 보금자리주택을 당초 40만 가구에서 60만 가구로 늘리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8.27 대책으로 발표되었다. 증가한 20만 가구는 2018년까지 GB 내 공급하기로 했던 보금자리주택의 물량이었다. 2012년까지 GB 내에 공급할 보금자리주택은 본래 12만 가구였다. 여기에 20만 가구를 추가 공급하기로 함에 따라 GB 내에 2012년까지 공급할 보금자리주택은 총 32만 가구다.

 

 2009년 5월 정부는 보금자리주택 부지 확보를 위해 수도권 광역도시계획 변경을 통해 GB 78㎢을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2008년 9.19대책을 통해 이는 이미 발표되었던 바다. 당시 정부는 2018년까지 주택 500만 가구를 공급하기 위해 308㎢의 GB를 추가 해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2020년까지 풀기로 한 총량 중 남은 면적 120㎢에다 추가로 해제할 최대 면적 188㎢(서민주택부지 80㎢, 국정과제 추진지역인 부산강서구 6㎢, 추가해제지 34-102㎢)를 합친 것이었다. 이중 수도권에 풀린 면적은 총 114㎢다. 이는 2020년까지의 해제총량(124㎢) 중 남은 26㎢, 추가해제면적(권역별 해제예정총량의 10-30%) 37㎢, 보금자리주택부지 78㎢을 합친 총 면적이다.

 

 보전가치가 없는 GB 대부분이 해제된 상태에서, 충분한 환경성 검토나 국민적 논의를 거치지 않은 채 78㎢를 임의적으로 해제할 수 있었던 것은 GB 내에 국민임대주택단지를 조성할 수 있는 근거를 활용했던 것이다. 서울로부터 12-18㎞ 내의 그린벨트에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정부는 2009년 5월 강남세곡, 강남서초, 고양원흥, 하남미사 네 곳을 시범사업지구로 선정했다. 총 8,050㎡에 60,000가구 주택(보금자리주택 44,000호 포함)이 2012년까지 공급될 예정이다. 2009년 하반기엔 5-6개소가 추가로 지정된다.

 

 서민용 보금자리주택은 하나의 주택유형이 아니라 여러 유형을 묶어서 부르는 것이다. 여기에는 공공분양주택과 공공임대주택, 두 가지 기본유형이 포함되어 있다. 공공분양주택은 85㎡ 이하 중소형으로 공공이 분양하는 주택이고, 공공임대주택은 공공임대(10년), 지분형임대, 전세형임대(20년), 국민임대(30년), 영구임대 등 다섯 가지 하위 유형을 포함하고 있다. 실제 사업지구에서는 민간 중대형 분양주택도 공급된다. 따라서 보금자리주택에는 중소형 공공분양주택, 공공임대주택, 중대형 민간분양주택, 세 유형의 주택이 포함되어 있다.

 

 보금자리주택은 공급방식 면에서도 ‘서민용 주택’(특히 임대주택) 중심이 아니다. 국토해양부가 제시한 보금자리주택의 공급방식을 보면 임대주택(장기공공임대+공공임대)이 25~45%, 분양주택(중소형 분양 +민간 중대형 분양)이 55~75%로 책정되어 있다. 그래서 보금자리주택지구에는 최대 75%까지 분양주택이 들어설 수 있지만 관련 규정 때문에 실제 최대 65%까지만 가능하다. 4개 시범사업지구를 보더라도, 민간중대형분양이 26.7%, 공공중소형분양이 29.3%, 공공임대가 45.0%로 임대보다 분양이 더 많다. 


4. 문제점과 대책

 GB를 해제해 서민주택을 공급하고자 하는 보금자리주택 정책은 도심의 재건축․재개발 등을 통해 공급해야 할 주택정책의 실패를 환경부문으로 사실상 전가하는 것이다. GB는 도시확산방지, 녹지보전, 유보지 확보 등을 위해 엄격하게 보존․관리해야 할 별도의 도시환경정책 영역이다.

 

 GB를 이용해 주택의 손쉬운 공급방식을 택한 것은 GB에 대한 잘못된 인식, 즉 ‘비닐하우스만 있어 보전가치가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GB 내의 비닐하우스는 농업용 시설로 합법적으로 허용된 것으로 밀집되어 있다하여 녹지나 도시확산방지 기능을 상실한 것이 아니다. 혹 비닐하우스가 불법으로 설치되었거나 다른 용도로 불법 전용되었다면, 이는 당국의 관리 소홀에 의한 것이다.

 

 많은 물량을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추진하다 보니 GB 내의 개별 사업지구들이 가지고 있는 생태환경적 특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가령, 서울 강남 내곡지구는 참여정부 시절 국민임대주택단지로 지정되었지만 생태환경적 민감성 때문에 환경부가 두 번이나 사업추진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던 곳이다. 금번의 시범지구 선정 시, 현 정부는 이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결정했고, 주민들은 이에 격렬히 저항하고 있다.

 

 시범지구의 평균면적과 수용인구(약 60만평, 4만명 수용)는 사실상 미니 신도시 수준이다. 총 해제면적 78㎢에 보금자리주택단지를 시범지구 수준으로 조성하면 총 35개의 미니신도시가, 분당급 신도시 규모로 건설하면 4개의 대형 신도시가 생겨나게 된다. 여기에 수용될 인구는 약 1백3십7만명(서울 전체 인구의 13%)이다. 137만 명의 도심거주자가 근교로 이주하면 서울의 공동화 혹은 비대화, 나아가 도시의 연담화(도시가 서로 연결되는 현상)가 본격화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대책이 필요하다. 첫째, 주택문제는 올바른 주택정책으로 풀어야 한다. 가령, 도심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저소득층을 위한 저렴․소형․임대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둘째, 관리소홀로 훼손된 GB는 최대한 복원시키고, 개발제한구역으로서 기능이 약화된 GB는 관리를 보다 엄격하게 해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GB 내 주택공급이 필요하다면, 이는 기존 취락지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허용하되 ‘저탄소 녹색마을 모델’로 육성되어야 한다. GB 내의 보금자리주택 단지조성도 현재의 대단위․고밀도 신도시

Posted by 열린글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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