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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7 15:17

대통령의 거짓말 2009년2010.09.27 15:17

대통령의 거짓말

 

조명래(단국대 교수, 환경정의 공동대표)

 

 

후보 때부터 이명박 대통령은 세종시를 원래대로 추진하겠다고 12번이나 언급했다.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임을 간간히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서울시장 시절 그는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수도이전을 막고 싶다’는 심정을 토로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은 그가 대통령이 되면 ‘세종시는 물건너 가겠구나’ 했다. 이런 기대와 달리 그는 오히려 당선되면 세종시를 더 좋게 만들겠다는 뜻으로 ‘이명박표 명품 신도시’를 약속했다. 대통령이 되면 통이 저렇게 커지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했다.

 

그러나 임기 중반을 접어들면서 그는 총리의 입을 통해 원안 추진의 불가 입장을 넌지시 흘렀다. 이를 계기로 ‘수도이전 반대’의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리더니, 급기야 나라 전체가 세종시를 둘러싼 분란 속으로 빠져 들었다. 분란을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국가백년대계를 위해 원안 추진을 접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거에서 표를 의식해 마음에 없는 원안추진을 약속했다고 고해성사도 했다.

 

잘못된 판단을 시인하고 국정을 올바른 방향으로 끌고 가겠다는 것에 대해 시비할 국민은 없다. 그러한 결단을 내린 것을 지도자의 중요한 덕목이라고 찬양하는 보수언론도 있다. 그러나 세종시와 관련하여 대통령의 입장 번복은 결코 좋게 만 볼 수 없을 듯하다. 표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는 원안 추진의 약속을 십 수 차례나 했고, 또한 2여 년 동안 약속의 상태를 유지했다. 어떻게 보면 후보시절 약속했던 것이 진심이었을지 모를 일이고, 오히려 최근에 와서 어떤 이유에서 결심을 바꾸었지 않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렇다면 그는 거짓을 두 번이나 하는 것이 된다. 워낙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아니고를 판단하기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국민과의 대화에서 그가 밝힌 ‘원안 추진 불가의 변(辨)에는 사실이 아닌 부분들이 많았다. 이를테면 수도 분할이란 표현은 사실이 아니다. 행정부처 일부를 옮긴다 해서 수도가 분할하는 것이 아니다. 그 주장이 사실이라면 수도는 이미 분할되어 있지만 누구도 지금 수도가 분할되어 있다고 이야기 하지 않는다. 또한 수도가 분할한 나라가 없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독일, 호주, 남아공 등을 포함해 여러 나라의 수도가 분할되어 있다. 정부 기관 분리에 따른 행정 비효율도 크게 보면 사실이 아니다. 대통령이 일개부처 장관을 매주 2-3번이나 직접 만나야하고 장․차관과 국장이 6개월 내내 국회를 들락날락해야 하는 것은 서울 중심의 오랜 중앙집권체제의 비효율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세종시건설법 16조에 의해 이전계획 수립시 행정능률 대책을 제대로 강구하게 되면, 부처이전을 계기로 중앙행정의 능률이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

 

원안 추진 불가의 이유로 제시한 ‘정치적 판단 없이 오로지 국가백년대계를 위한 것’이라 주장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는 부분이다. 정치적 판단을 배제했다는 주장은 스스로가 고도의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 통치권자이고 한나라당이라는 특정정파를 이끄는 정치적 리더가 아님을 주장하는 것과 같다. 대통령이 정파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세종시 문제로부터 자유롭다고 믿을 사람은 별로 없다. 한편, 국가백년대계를 위해 세종시 원안 추진을 접겠다고 했지만 세종시 원안 자체가 바로 국가균형발전이란 백년대계를 위한 것이다. 일부 비판적 논객들은 대통령이 말하는 백년대계가 기실 내년도 지방선거, 나아가 차기 대선을 위한 1년 내지 3년 대계에 불과하다고 한다.

 

거짓을 솔직히 밝히고 백년대계를 위해 원안을 접겠다는 것까지는 이해감직 하다. 그러나 법과 제도를 통해 수년간 추진해 온 공공정책을 뚜렷한 이유 없이 중단시키는 것은 아무리 이해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늘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법치주의 준수를 강조했다. 법으로 추진해 온 국가적 사업을 부정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니, 그 동안 법치주의 준수를 강조한 대통령의 말은 진실성이 없었던 것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약속을 어기고 신뢰를 저버리며 법치주의를 부정하면 인간사회 자체가 유지될 수 없다. 누구나 어릴 때부터 약속, 신뢰, 법을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란다. 대통령의 이러한 행위를 우리의 자식과 후손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대통령이 제시한 세종시 수정론은 세종시 문제에 앞서 인간과 사회의 기본에 관한 근본 물음을 제기한다. 과연 이러한 물음까지 제기하면서 우리는 21세기 한국사회를 어떻게 꾸려갈 수 있을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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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열린글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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