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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1. 25. 11:17

박원순시장 등장의 의미와 기대 2011년2011. 11. 25. 11:17


조명래(단국대, 시민정치위원장)
 
 
박원순 시장의 등장은 오래전부터 예정된 바였다. 그 이유는 이렇다. 시민운동의 제1세대 주자로서 박원순 시장은 시민사회의 자원과 가치를 이용해 우리사회에 대안적인 실천모델을(참여연대, 아름다운가게, 희망제작소 등) 성공시켰다. 시민사회의 힘이 커지면 이러한 성공모델이 언젠가 국가적 차원에서도 필요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국가와 시장의 실패가 전면화 되는 지금, ‘연대·소통·협치’를 미덕으로 하는 시민사회의 원리가 국가사회 경영에도 더 없이 필요할 때 박원순 시장이 등장한 것이다.
 
박원순 시장의 등장이 갖는 역사적 의미는 충분하다. 그러나 왜 하필이면 지금이냐? 지난 10여 년 간 이명박·오세훈 시장의 독단적인 시정운영에 식상한 시민들은 뭔가의 새로운 변화를 바랐다. 10.26보선은 이의 탈출구가 되었다. 토건적, 반시민적 리더십 10년을 마감하고 개혁적 친시민 리더십의 10년을 바라는 시민들의 열망이 10.26보선에서 박원순 후보의 선택으로 표출됐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10.26 보선과 박원순 시장의 등장은 한 시대를 마감하고 새 시대를 여는 역사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무상급식의 전면실시, 반값 등록금 실시, 비정규직(2800명)의 정규직화, 방사능 아스팔트의 원인규명, 사회투자기금 조성(3년간 3천억원), 한미FTA 반대입장 표명(ISD 조항 재검토 및 지자체와 협의 요구), 토건예산의 축소(5개 분야 4조3천원 절약)와 복지중심 예산 확대(전체의 26%), 인터넷을 통한 나 홀로 취임, 40대 시민전문가 중심의 정책자문위 발족 등은 취임 한 달간 박원순 시장이 보여준 파격적인 행보들이다. 이것으로도 박원순 시장은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한 달간의 행보를 통해 그는 이명박·오세훈 시장 유산의 청산, 탈권위적인 친시민 리더십의 과시, 금기시 되던 진보적 의제의 과감한 채택과 시행, 탈토건 및 사람·복지 중심의 시정운영에 대한 의지의 표명 등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젠 이러한 파격적 행보는 지속가능한 혁신으로 이어지고, 그렇게 해서 이명박·오세훈 시대를 넘어서는 박원순표 시정 패러다임이 구현되어야 한다. 사람과 복지 중심으로 시정을 펼치는 게 시대의 정신이라면, 서울시민들은 박원순 시장에게 이러한 방향으로 서울시를 개혁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 새 시장은 긴 호흡으로 서울시가 나가야 할 이정표를 명확히 하고, 이에 맞춰 시정을 바꾸어가는 혁신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역량을 쏟아야 한다.
 
박원순 시장의 임기는 오세훈 시장의 잔여임기인 2년8개월에 불과하다. 그러나 2012년엔 총선과 대선이 있고, 2014년엔 지방선거가 있어 집중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이 2년도 채 안 된다. 더욱, 그는 시민운동가 출신이기 때문에 시정운영에서 조그마한 실수와 빈틈만 있어도 보수언론과 보수정파로부터 집중적인 비판과 공격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무소속이기 때문에 그러한 비판과 공격이 진보진영으로부터도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시장으로서 꿈을 펼칠 수 있는 있는 실질적인 시간은 더 줄게 된다.
 
이렇듯 사면초가 상태에서 그는 새 시대를 여는 개혁적 친시민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니, 짧지만 앞길이 그렇게 순탄치만 않다. 따라서 2년이란 짧은 기간 동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깊은 역사적 혜안과 판단을 필요로 한다. 이 대목에서 박원순 시장이 갖추어야 할 가장 큰 덕목은 한 시대를 마감하고 새 시대를 여는 철저한 ‘역사적 소명의식’이다. 이러한 의식이 없이 임하게 되면 전임 시장들과 마찬가지로 서울공화국 대통령으로서 막강한 권력만 휘두르다 임기를 마칠 수 있다. 아니면, 시민운동 시절의 성공 경험을 과신한 나머지 지금까지 보여줬던 파격적 행보만 반복할 수 있다.
 
박원순 시장이 가장 크게 경계해야할 부분은 시민운동방식(예, 희망제작소의 사업방식)으로 인구천만의 대도시를 경영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가령, 시민운동에서는 마을만들기가 중요할지 모르지만 천만 대도시를 예측가능하게 관리하는 데 있어서는 도시계획제도의 민주적 운용이 더 중요하다. 그 동안 밝힌 정책비전에서는 마을만들기 사업이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지만, 도시계획을 어떻게 바꾸어갈지에 대한 복안은 잘 보이지 않는다. 사람·복지시정은 시민운동이 보다 쉽게 접목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천만 대도시가 발전하기 위한 거시경제의 관리나 산업의 육성은 그렇지 못하다. 따라서 도시계획과 마찬가지로 이 부분을 어떻게 할지의 그림이 불분명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가 시민운동의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발성, 소통성, 개방성, 연대성 등은 시민사회운동의 중요한 원리적 요소지만, 국가나 제도 영역에서는 크게 결여한 것들이다, 따라서 시민주의가 자치행정에 결합되면(협치가 되면), 오랜 타성에 젖은 관료자치(혹은 국가주의 자치)를 깨는 데 일정하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는 박원순 시장이 이룩해야 할 핵심적인 시정개혁 부분이다.
 
지속가능한 혁신 시스템의 구축은 단순한 제도의 개혁만 아니라, 자치행정에 시민주의를 끌어들여 ‘시민이 주인 되는 시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관건은 시민주체들을 자치행정에 어떻게 참여시키고, 양자간 협치를 어떻게 시정운영의 일상규칙으로 담아내며, 협치를 통한 사람과 복지 중심의 혁신의제를 선정하고 집행하는 절차를 어떻게 만들어내느냐다.
 
지속가능한 혁신의 시스템 구축은 이런 점에서 본다면 시정의 각 분야별 협치의 구축을 의미한다. 시민이 주체가 되는 혁신적인 시정운영시스템이 안정적으로 구축되면 시장이 ‘혼자서 장구치고 북치는 것’은 불필요로 해진다. 이 점에서 1970년대 일본에서 크게 유행했던 혁신자치제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참여행정’과 ‘사람복지중심 의제’를 두 축으로 하여 관료적 개발자치를 획기적으로 바꾸어낸 것이 곧 일본의 혁신자치제다. 박원순 시장으로부터 기대되는 최대의 역할은 바로 ‘한국형 혁신자치제의 실험과 선도’다. 혁신자치를 이끌 시장은 더 이상 프로젝트 디자이너(운동가 시절의 역할)가 아니라 ‘시스템 체인지 디자이너(system-change designer)’가 되어야 한다.  <끝>

위 컬럼은  2011.11.21 <서울YMCA소식지>에 게재된 글입니다.
Posted by 열린글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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