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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7 10:48

보수화의 그림자 2005년2010.07.07 10:48


우리사회의 빠른 보수화 경향과 그에 따른 집단적 맹목주의 현상이  사회 전반에 나타나고 있다. 혹자는 이러한 상황으로만 간다면 종착점은 우경화한 일본의 모습일 것이라고 걱정한다. 그러나 남북 분단이란 특수조건 때문에 한국적 우경화는 일본 보다 더 교조적인 극우주의로 치달을 수 있다.

 

 보수화가 걱정스러운 것은 정신적 단순화 내지 이념적 황폐화의 문제와 함께, 선진사회로 나가기 위해 시스템을 바꾸고 업그레이드해야 할 사회적 실험을 어렵게 하거나 왜곡시킬 수 있는 점 때문이다. 이는 이미 사회전반에서 목격되고 있다.

 

 최근 국회운영위가 한국정당학회에 의뢰해 조사한 ‘국회에 대한 국민의식조사’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5%는 ‘민주주의 보다 경제발전이 더 중요하다’고 답했고 54%는 ‘경제성장이 환경보호를 우선해야 한다’고 답했다. 10여 년 전의 유사한 조사에서 ‘민주화와 경제성장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응답이 61%, ‘경제성장보다 환경보호가 우선’이라는 응답이 89%였던 것에 비교하면 참으로 놀라운 가치관 변화이다. 이는 한마디로 보수화 경향을 반영한다.

 

 보수라는 것은 기존의 지배적인 질서나 가치를 존중하고 지키려는 입장을 말한다. 이는 그 자체로 나무랄 데가 없다. 그러나 사회의 복잡한 역학관계에 처하게 될 때 보수는 기존질서를 지키고 우선하는 입장을 취하게 됨으로써 유연하고 탄력적인 사고와 판단력을 상실하기 싶다. 나치즘을 전형으로 하는 보수주의는 사회성원으로 하여금 사회적 기본가치와 관련된 현상이나 쟁점을 합리적이고 비판적으로 보는 판단력을 상실한 채 기존의 것, 자기의 것을 맹목적으로 옹호하는 집단적 채면에 빠져들게 한다.

 최근 우리사회에서 보수주의자들이 보이는 행태가 이러하다.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논란을 둘러싼 언론의 비판적 보도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이 보여주는 맹목적 국익주의는 과학의 생명인 사실과 진실의 문제를 논의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개혁입법으로 불러졌던 사학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보수주의자들은 사유재산권 침해를 들어 사학법의 위헌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법제정의 이유가 되었던 사학의 반교육적 폐습에 대해선 전혀 보려고 들지 않는다. 한국전쟁을 통일전쟁으로 규정했던 강정구교수의 발언을 두고 ‘빨갱이’로 몰아붙이면서 역사해석의 다양성을 가로막는 것을 넘어 국민들을 ‘빨갱이 피해망상증’에 더욱 빠져들도록 하고 있다. 보안법의 폐기 내지 대체입법화에 대해 보수주의자들은 피땀 흘려 일군 체제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막무가내 반대하면서 그 법의 반인륜적, 반사회적 측면에 대해 애써 눈길을 피한다.

 

 최근 우리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보수주의는 보수언론들이 합세하면서 세를 불리고 편을 갈라 사회적 적대와 증오감을 급격히 확산시키는 쪽으로 나가고 있다. 나치주의자들이 유태인을 적대시하고 증오하면서 2차 대전이란 국가폭력을 스스로 불러냈듯이 말이다. 사회적 중심 이념이나 핵심가치를 맹목적으로 옹호하면서 진실과 본질을 호도하거나 주목하지 못하는 집단적 채면상태는 사회적 보수화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성찰성 상실의 전형적인 증후군이다.

 

 한국사회의 보수화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진보세력들에 의한 사회적 개혁 실패가 보수세력들의 저항을 불러왔고, 민주화를 이룩했다는 환상 속에 빠져들면서 민주화세력들이 보수화되었으며, 글로벌 신자유주의의의 확산으로 보수주의가 발흥했고, 소득향상과 인구의 노령화가 보수적 일상문화를 확산시켰다는 등의 다양한 설명이 있다.

 

 원인은 잘 따져보아야 하지만, 보수화에 따른 당장의 문제는 우리사회가 한 단계 성숙하는 데 필요한 자기 성찰성을 억압한다는 점이다. 맹목적 반공주의에 사로잡혀 민족적 대결과 적대를 재생산해가는 이념적 자폐주의, 체제화된 권력의 부패와 비민주성, 중앙에 의한 지방의 독점과 지배, 자본의 가공할만한 힘에 의해 더욱 무력화되는 생태환경ㆍ여성ㆍ평화ㆍ빈곤ㆍ소수자 문제 등 풀어야 할 국가적, 민족적 숙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보수주의들의 선의와 달리, 보수화는 우리사회가 직면한 이런 문제들을 함께 논의하면서 대안을 찾아가는 숙의적ㆍ성찰적 문화의 발현을 가로막고 있다. ‘어쩌면 지금이 우리사회가 도달한 그나마 최대의 진보치가 아닌가’하는 어느 논자의 주장은 보수화에 따른 한국사회의 정체를 우려하는 진단에 다름 아니다. 국무총리가 뉴라이트의 출현을 두고 ‘문화지체 현상’이라 했던 것도 보수화에 따라 사회적 성찰성이 약화되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신보수화를 막기 위해선 민주적 시민정치교육, 배설적 문화에 익숙한 네티즌들의 사회적 훈육을 위한 건강한 사이버 담론 운동, 시민사회의 공공담론 기능의 재활성화, 생태ㆍ여성ㆍ평화 등을 주창하는 대안적 정치세력들의 등장, 국가권력구조의 민주화, 사회적 시장경제로의 이행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위 글은 시민의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Posted by 열린글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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