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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세종시의 정상화 방안/경향신문, 2010.6.3

 조명래 | 단국대 교수·도시계획학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됨에 따라 원안으로 되돌아가게 되었다. 돌아가더라도 수정안과 원안 사이 앙금을 풀고 화합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먼저 수정안 관련 문제점들을 매듭짓고 수정안의 긍정적 부분들을 원안에 반영하는 고민이 있어야 한다. 돌아간 후엔 원안의 기본 골격과 전략을 전반적으로 다잡아야 한다. 아울러 2030년까지 긴 호흡으로 추진해갈 수 있는 실질적 이행방안들이 강구돼야 한다. 원안 추진의 정상화를 위한 방안은 이러한 원칙 하에서 모색돼야 한다.

 
첫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입지 문제를 최대한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 과학벨트 사업은 충청권을 겨냥한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공약이다. 입지평가에서 우선순위가 낮았던 세종시에 이 사업이 들어간 것은 노무현표 ‘행정기관’을 지우고 이명박표 ‘과학벨트’를 넣기 위해서였다. 수정안이 부결되었기에 입지평가에서 순위가 높은 곳으로 사업예정지가 옮겨가는 것이 순리다. 그러나 양 정권 혹은 원안과 수정안의 화합이란 측면에서 원안의 첨단지식기반 부지에 이 사업을 입지시켜 ‘행정중심복합도시’의 ‘복합’부문을 맡도록 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둘째, 이전기관의 변경고시를 최대한 빨리 공표하고 이전계획을 재작성해야 한다. 원안의 첫 시동은 9부2처2청 이전기관의 변경고시를 최대한 서두르고, 2년간 지연된 청사 건축을 이른 시일 내 착공하는 것이다. 아울러 이전 부처들은 부처별 국토거점을 형성하는 방안을 담는 ‘이전계획’을 (재)작성해야 한다. 가령 교육인적자원부의 경우 교육과학 부문에서 수도권을 능가하는 새로운 거점기능을 세종시에 구축하는 사업계획(예를 들면, 서울대를 능가하는 신개념의 고등교육기관 창설)을 가지고 와 2030년까지 추진해야 한다. 한편 행정기관의 지리적 분리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행정 비효율성 문제를 범정부 차원에서 대응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행복도시특별법에서 이는 이전계획에 포함토록 되어 있다.

수정안과 원안 화합 방식으로

셋째, (가칭)‘세종시 설치 및 지위에 관한 법률’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 현재의 행복도시특별법은 토지를 개발하고 단지를 조성하는 등의 건설 절차법이다. 앞으로 세종시 건설은 법적 운영주체(예를 들면, 교육자치위원회)들의 역할과 권능에 상응하는 건축물과 시설을 설치하는 맞춤형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에 따라 세종시의 법률적 지위와 역량, 운영방식 등을 규정하는 실체법을 제정해야 한다. 4개의 관련 법안이 이미 발의돼 있기 때문에 이들을 통폐합해 단일 법률로 제정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다.

넷째, 세종시 장기 기본계획 및 개발계획을 재정비해야 한다. 원안에서 세종시는 ‘국가균형발전기능’ ‘지역혁신기능’ ‘도시서비스기능’의 3대 기능이 부여돼 있다. 원안의 토지이용계획은 이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작성돼 있다. 이러한 도시기능이 구현되면 자족기능은 저절로 충족된다. 그러나 이전대상 기관이나 과학벨트의 입지가 최종 결정되고 3대 도시기능을 구현할 전략·과제·방안이 어느 정도 구체화되면, 이를 반영할 수 있도록 기존 기본계획과 개발계획을 재정비해야 한다. 필요할 경우 자족기능 확충이란 목적에 맞는 용도지역 혹은 용지배분의 재조정도 이뤄져야 한다.

다섯째, 부문별·사업별 이행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참여정부 당시 마련한 세종시 원안은 장기적 비전과 전략을 담고 있는 것으로 그 구체적 이행방안은 추진하면서 고민하도록 되어 있다. 원안이 앞으로 본격 추진되면 이 부분에 최대 역점을 두어야 한다.

이전기관 법정고시 공표 빨리

원안과 차별짓기 위해 수정안은 몇몇 이행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행정중심도시’로서 세종시의 도시 성격을 고려한다면 ‘경제중심도시’를 위한 대기업 공장의 유치, 민간부문에 대한 원형지 공급, 혁신도시 등과 경합하는 세제유인책 등은 전반적으로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세종시 건설 목적에 걸맞은 토지공급, 자본유치, 인력유치, 세제혜택 등의 실행방안을 차별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여섯째, 세종시 건설이 국민적 논의와 참여를 통해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범국민적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선 기존 추진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원안주의자와 수정주의자, 이전 행정 및 공공기관, 지자체, 지역주민 대표 등을 모두 참여시키고 대통령 직속기구로 격상해야 한다. 세종시 건설이 정치적으로 중단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사업 추진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담보할 법적 근거가 별도로 마련돼야 한다.
Posted by 열린글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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