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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7 10:41

아직도 갈 길이 먼 청계천 복원 2005년2010.07.07 10:41

한국의 도시개발사에서 서울의 청계천 복원은 한 획을 긋는 사건이다. 개발의 시대를 마감하고 복원과 보전을 중시하는 시대로의 이행을 공식화한 것이 곧 청계천 복원이 갖는 역사적 의미다. 음울한 도심 풍경이 광명의 빛이 감도는 파노라마로 바뀐 것으로도 우리는 청계천 복원의 진가를 음미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청계천 복원이 가져다 줄 최상의 선물은 인간의 탐욕과 무분별한 개발로 떠난 자연의 생명이 도시로 되돌아올 수 있게 된 점일 것이다.


 하천으로서 청계천의 기능은 인왕산, 북악산의 남사면과 남산의 북사면에서 발원한 물길들을 모아 한강과 서해로 흘러 보냄으로써 육상계와 수상계를 연결시켜주는 데 있다. 이러한 기능 덕택에 인간(계)과 자연(계), 생물과 무생물, 생물종 간에 에너지와 자원이 흐르는 (옛)서울의 생태계가 구성되고 작동될 수 있었다. 4대문 안으로 일컬어지는 구도심은 생태계의 흐름을 만드는 물들을 모아내는 유역에 해당하며, 서울의 역사는 이 유역 위에서 펼쳐진 인간 모듬살이의 생태역사에 다름 아니다.


청계천 복원은 서울의 생태계 속에서 청계천이 담당했던 저러한 기능을 올곧게 되살려 내어 도시적 삶에 자연의 기운을 불어넣는 데 그 진정성이 있다. 청계천 복원을 둘러싼 그간의 논란도 복원 자체에 관한 것이 아니라 진정한 복원이 어떤 것이고, 진정한 복원이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 지에 관한 것이었다. 사업은 비록 완공 되었지만, 이런 점에서  우리는 여전히 청계천 복원이 제대로 되었는지를 묻고 있다.


 인왕산의 백운동천과 북악산의 중학천이 광화문 근방에서 합수하여 중랑천과 만나는 청계천의 총 10.8km중 금번의 복원은 동아일보사와 신답철교 사이 5.8km 도심구간이다. 복원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복개도로를 거두어 내고 하도를 인공적으로 조성한 뒤 하천의 중간에서부터 한강에서 길어온 물을 분수로 뿜어 흘러 보내는 조경시설을 만든 것에 불과하다. 이를 복원이라 부를 수는 있지만, 59.8km2 유역권과의 생태적 상호작용을 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환경복원과는 거리가 멀다. 복원 청계천이 자연하천으로 기능을 할 때는 홍수로 인해 지하에 매설된 하수관거의 물이 하도로 넘쳐흐를 때이다.   이를 위해 복원 청계천은 200년 빈도의 홍수를 통수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고, 그 결과 인공 하도가 지표면에서 7-8m 아래에 위치하여 하천 옹벽이 깊은 수직 절벽을 이루는 모습이 되었다. 그러나 하수로 보조기능은 복개 청계천에서도 있었기에, 토목적 규모가 웅장해진 것 이외엔 자연하천으로 기능복원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


 더욱이 하천 바닥에 차수막을 설치함으로 하천 지하로 물이 흘러 되살아 날 도심 지하 생테계가 복원은커녕 오히려 더 황폐화될 형편이다. 참고로 독일 베를린시는 도시전역의 지하수 수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을 통해 지하생태계, 나아가 도시 수자원을 입체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한편, 조성된 길을 따라 물이 흐르되, 홍수 시에 물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전구간이 곡선이 거의 없는 직선 형태로 되어 있다. 물이 직선으로 흐를 경우 하천의 유속과 깊이가 동일해져 하천에 서식하는 생물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어렵게 된다. 또한 한강수나 중랑하수처리장의 고도처리수를 활용하는 유지용수의 경우, 물이 흐르는 동안 오염물질이 투입되거나, 정체되어 녹조 등 부영양화가 일어나며, 홍수나 호우 시 오염수가 유입되면, 수질이 쉽게 그리고 주기적으로 악화되어 다양한 생물종들의 안정적인 서식을 가로막을 수 있다.


 청계천에는 최근 들어 청둥오리, 백로 등 조류와 피라미, 매기, 잉어, 미꾸라지 등 어류들이 목격되고 있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청계천의 화려한 부활’이라 부르지만, 이것으로 생태계가 복원되었다고 할 수 없다. 물이 흐르니 물고기가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물길이 중간에 막혀 있고 분수대와 같은 인공시설물로 된 물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종들만이 우리의 눈에 띄게 된다. 청계천 상류 하천에1-2급수에 서식하는 다양한 생물종이 발견되고 있지만, 물길이 막혀 있어 하류의 생물종과 생태적, 생명적 흐름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 또한 치수적 안전성을 이유로 저수부 및 저수호안, 둔치에 초본류 중심으로 식재되어 있어 다양한 식생을 포함하지 못해 생태계의 풍부한 상호작용도 기대할 수 없다.


 청계천 복원으로 물길과 함께 바람길이 열려 주변 지역의 온도를 3.6도 정도 낮추어주고 있다. 그러나 이는 복원의 일시적 효과다. 부동산 논리에 의해 고층건물이 들어서고 고급업종의 입지로 교통량이 늘어나며 인근지역에 충분한 녹지대가 확보되지 않으면 복원의 이러한 생태적 효과는 지속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청계천의 복원은  하천 유역권으로 도심 생태계를 복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때 그 진정성이 구현될 수 있다. 가령, 한강에서 물을 끌어들여 흘러 보내는 방법이 아니라, 상류지천을 복원해 물을 흐르게 하고 하천 주변지역에 저류시설을 설치해 수자원 재활용과 함께 확보된 물을 흐르게 하는 방법이 곧 도심생태계 복원의 한 방식이다.


 청계천의 복원이 진정성을 결여하게 된 까닭은 사안을 단기적으로, 특정한 세력의 입장으로,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생태환경의 복원은 자연환경이 가지고 다양성, 공생성, 진화성 등을 제대로 읽어내고, 복원과정 속에 이를 제대로 반영해 낼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자연이 가지는 이러한 생명적 가치를 구현할 청계천 복원은 지금부터 시작해야 할 과제다. 이런 점에서 청계천 복원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UNEP/Our Planet를 위한 원고/2005.9.23
조명래(단국대 교수)


Posted by 열린글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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