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9

« 2019/9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  
  •  
  •  
  •  

<주간조선>을 위한 글/2007.10.14

운하는 한반도의 자연조건에 맞지 않다.

조명래(단국대 교수)


 우리나라의 자연지세는 운하(주운)에 적합하지 않다. 운하가 발달한 라인강이나 도나우강 등 유럽의 여러 강들을 보면 지형이 대개 평탄하고 유역면적이 넓어 수량이 풍부하며 연중 강수량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이런 상태에서 강을 따라 도회지들이 발달되어 있어, 강을 주운으로 활용하는 것이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라인강과 도나우강을 연결하는 운하는 내륙교통이 발달 안 된 지난 400여 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구축되면서 활용해 왔다. 이점에서 유럽의 운하는 유럽 생태역사의 소산물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조운이 있었지만, 소규모 물동량을 제한된 구간에서 한시적으로 이동하는 수단으로만 활용되었다. 때문에 우리의 자연하천을 근대적인 주운으로 이용하기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산악지형으로 인해 사행천이 많고 하상 폭이 협소하며 수심이 얕고 유속이 빠르며 상하류 간에 표고차가에 심해 배가 안전하게 긴 거리를 이동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계절별 하천 유량의 심한 편차가 무엇보다 자연하천을 주운으로 유지하는 것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된다. 연중 최소유량 대비 최대유량의 비율을 하상계수라 하는 데, 한강은 1: 393, 낙동강은 1:372, 섬진강은 1: 715, 인 데 반해 독일의 라인강은 1:14, 영국의 템즈강은 1:8에 불과하다. 그래서 한강의 홍수량 집중도는 라인강의 약23배에 달해, 예측불허의 집중호수 시 주운은 자칫 재앙이 될 수 있다.

 편차가 큰 만큼, 수량을 상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선 인위적인 저류시설의 설치가 불가피하다. 실제 수심 6m를 유지하기 위해 한강-낙동강 553km에 평균 29km 마다 수중보와 갑문이 설치돼야 된다. 이렇게 되면 한강과 낙동강은 수로기능만 남고 하천고유의 생태기능을 상실하게 되어 그에 따른 수질악화, 잦은 홍수, 하천 습지파괴 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하상기울기의 심한 차이도 주운으로 유지를 어렵게 하는 주요한 까닭이 된다. 하상기울기가 심하면, 홍수 시 지천으로부터 본류로 토사 등이 대량으로 유입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일정한 수심의 인공수로를 유지하기 위해 준설 등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그 자체로서 하천의 수생 생태계 형성을 근본적으로 어렵게 한다.

 우리나라의 기후는 계절별 변화가 심해 결빙, 안개, 홍수, 가뭄 등이 자주 발생한다. 해서 하천을 주운으로 개조한다 하더라도 선박 등의 안전운행에 많은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한편,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의 주요 하천들은 대개 식수원으로 쓰고 있어, 배가 운행하는 수로가 되면 수질악화나 선박사고 등으로 식수안전에 큰 위협이 가해질 수 있다. 운하건설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셈이다.

 운하가 우리나라 자연에 맞지 않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의 하나는 반도국가의 지형지세다. 내륙 어디에서나 조금만 나가면 바다가 있어, 연안을 이용하는 해운운송이 하천을 인공수로 바꾸어 이용하는 주운운송보다 더 자연스럽다. 섬이나 반도국가에서 내륙주운은 그만큼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한강과 낙동강은 백두대간을 경계로 억겁의 세월에 걸쳐 분리된 유역 생태권을 형성해 왔고, 그 위에 지역 공동체가 구축되어 왔다. 강은 우리의 역사이고 정체성이다. 때문에 강을 대규모 인공수로로 변경시키고 인위적으로 연결시키는 자체는 우리의 생태역사와 지역정체성을 스스로 파괴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운하가 한반도의 자연에 맞지 않는 가장 근본적인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 <끝

Posted by 열린글통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