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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함께하는 길>을 위한 원고/2006.10.18

자기모순에 빠진 참여정부 수도권 정책


조명래(단국대 교수)


 

 참여정부의 수도권 정책은 ‘수도권-지방의 상생’이란 국토균형과 수도권의 계획적 관리란 이름의 규제완화의 두 축 사이를 오락가락 하고 있다. 그 결과 수도권정책은 자기모순에 빠져 들면서 무기력 증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정책은 이른바 수도권정비계획법이란 특별법’에 의거하고 있어 그 영향력이 실로 막강하다. 그러나 이 법은 주요시설과 활동의 입지를 허용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을 핵심으로 다루고 있어 복잡한 수도권 문제를 섬세하게 관리하기엔 거칠기 그지없다. 그만큼 시대에 뒤떨어진 제도라는 뜻이다. 수도권정책이 이렇게 운용되고 있는 까닭은 개발을 관장하는 중앙부서가 이를 맡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해서, 우리나라의 정책 중 수도권정책만큼 딜레마에 처한 것이 없다. 규제를 완화하자니 수도권의 집중과 비대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비수도권의 위축이 심화될 것이고, 반대로 규제를 강화하자니 경쟁력 측면에서 수도권에 있어야 할 것들이 있지 못함으로써 수도권의 발전은 물론, 국가적인 손실까지 불러오게 된다. 이러한 딜레마 상황은 사실, 어제 오늘의 것이 아니다.

 노무현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수도권정책의 이러한 딜레마를 풀기 위해 이른바 ‘계획적 관리제’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고, 참여정부는 이를 실행하기 위한 정책들을 강구하고자 해 왔다. 수도권에 관한 상세한 관리계획을 세우고, 이에 근거해 입지규제를 포함한 수도권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것이 계획적 관리의 핵심 내용이다. 그러나 계획적 관리제를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토지용도별 이용 기준에만 맞으면 개발행위를 일괄적으로 허용하는 우리나라의 토지이용제도, 즉 건축자유원칙을 바탕으로 하는 ‘지역지구제(zoning)’를, 용도별 구체적인 계획을 근거로 개발행위를 사안별로 허용하는 ‘건축부자유 원칙에 입각한 계획허가제’로 바꾸어야 한다. 토지이용제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지 않은 상태에서 물리적 입지규제 중심의 ‘거친’ 수도권 정비계획법 틀로는 계획적 관리제의 진정성은 실현될 수 없는 것이다.

 참여정부는 분권과 균형발전을 국정의 최고 지표이자 과제로 추진해 왔고, 그 일환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구 신행정수도)를 건설해 수도권의 집중을 완화하고자 하고 있다. 수도권의 계획적 관리도 궁극적으로 참여정부의 분권 혹은 균형정책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건설이 본격화되기도 전에, 각종 신국토정책들(예, 지역혁신정책, 기업도시건설정책 등)이 국토의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는 효과를 발휘하기도 전에 참여정부는 수도권에 대한 입지규제의 고삐를 성급하게 풀고 있다. 여기에는 수도권입지 규제완화에 대한 경기도나 재벌기업들의 요구,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추진으로 이반한 수도권 주민들의 민심 달래기, 수도권정책을 담당하는 건설관료들의 개발주의 입장 등이 반영되었다 할 수 있다.

 지난 수년간 참여정부가 수도권 규제완화와 관련하여 취한 개별적인 조치들로는 ‘성장관리권역 첨단산업공장증설허용(100%까지)’, ‘25개 첨단업종 외국인 투자기업의 공장 신증설 2007년까지 연장’, ‘8개 첨단업종 국내 대기업의 공장신설 허용’, ‘평택지원특별법에 의거하여 61개 업종의 외국인 투자에 대한 신증설 허용’, ‘수도권 각종 신도시 건설추진(예, 송파신도시)’, ‘관리지역내 공장설립면적제한 폐지(현행 1만 제곱미터)’, ‘개발제한구역 내 국민임대주택단지 규모30만평에서 50만평으로 확대’, ‘자연보전권역의 개발허용면적을 현행 6만 제곱미터에서 30만 제곱미터로 확대’, ‘수도권 개발제한구역 3,900만평을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해제’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개별조치들은 2004년 8월에 발표된 ‘신수도권 발전방안’, 2005년 6월에 발표된 ‘수도권발전종합대책’, 2006년 7월에 발표된 ‘제3차 수도권정비계획’ 등을 통해 집대성되고 또한 체계적인 정책으로 포장되곤 했다. 규제완화를 위한 이러한 펙키지 정책들이 나름대로 합리성을 띠었던 것은 모두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공공기관이전이 완료되는 2012년 이후엔 수도권정비계획법체제를 폐지하고 계획적 관리제로 전환하겠다’ 것을 전제했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 수도권 집중압력이 일정하게 해소되면 기존의 수도권 정책을 계획적 관리제로 전면 대체한다는 전제 하에서, 참여정부는 대기업이나 첨단산업의 신증설 등과 같은 수도권 규제완화를 조금씩, 그러면서 지속적으로 허용해왔다.

 이렇듯, 참여정부는 계획적 관리제가 안정된 대안적 제도로 구축되기도 전에 사실상의 수도권 규제완화를 성급하게 허용하는 가운데, 기존의 수도권정비계획 체제 자체를 스스로 무력화시키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계획적 관리제’는 계획적 관리란 이름으로 규제완화를 부추기고 있는 빌미가 되는 셈이다. 그 대표적인 예는 경기도지사가 내세우고 있는 이른바 ‘대수도’론이다. 세계화 시대 서울, 인천, 경기도를 대수도로 묶어 국가미래를 위한 성장동력을 만들어 내기 위해, 그리고 수도권이 가지고 있는 특장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선, 수도권의 성장을 일방적으로 가로막는 수도권 규제가 대폭 완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대수도’론의 요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그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수도권 계획적 관리에 관한 특별법’으로 대체하는 입법안을 발의까지 했다. 이 법안에서 ‘계획적 관리’란 용어는 사실상 규제완화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내용을 채우고 있다.

 수도권 정책이 이렇듯 규제완화 기조로 흘러가게 되는 이면에는 이른바 신자유주의 시대, 대도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개발과 성장을 쉽게 부추기고 허용하는 신개발주의란 이념의 힘이 작동하고 있다. 신개발주의는 과거 성장시대의 개발주의가 되살아남을 의미하지만, 구개발주의와 다른 점은 계획절차를 따르고 환경을 고려하는 듯하면서 기실 경제적 가치(예, 개발이익)의 실현을 최우선으로 하는 결과, 국토의 마구잡이 개발에 따른 환경파괴 등의 후유증을 심대하게 동반하고 있는 점이다. 신개발주의를 이념으로 담고 있는 참여정부의 수도권 수도권정책도, 지방과의 상생, 환경적 쾌적성 구현, 선계획 후개발 등의 목표와 절차를 따르는 하면서 기실 투자와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입지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수도권의 집중과 난개발을 부추기고, 나아가 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신개발주의 기조의 참여정부 수도권 정책은 참여정부가 상위의 정책개념으로 추진하는 국토균형발전이란 대원칙과는 정면으로 어긋나는 꼴이 되고 있다. 이 점에서 참여정부의 수도권정책은 자기모순에 빠져 있다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모순은, 좀 거칠게 표현하면, ‘참여정부는 수도권의 계획적 관리의지를 사실상 포기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수도권 정책은 지금 대수술을 필요로 하고 있다. 참여정부는 ‘계획적 관리제로의 전환’을 그 해법으로 간주하고 있다. 계획적 관리제 자체는 나무랄 데 없고, 또한 그쪽으로 가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계획적 관리제가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게 위해선, 지역지구제 중심의 우리나라 토지이용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계획관리제가 계획허가제 중심으로 운용된다면, 수도권에 대한 종합계획이 수립되고 이에 근거해 수도권의 체계적 관리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전면적인 계획관리제를 도입하기까지 수도권 규제기조는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부득이 하게 수도권에 입지해야 한다면, 일정규모 이상의 사업에 대해선 ‘수도권입지에 따른 지방영향평가’를 실시해 입지 여부를 최종판단하도록 해야 한다. 한편, 행정복합도시건설로 수도권의 인구와 기능이 일정하게 빠져나가면, 그 공간이나 토지를 ‘정비발전지구’로 지정해 무조건 개발하기보다, 개방공간으로 남기거나 수도권에 부족한 문화환경 기능을 보완하는 것으로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과 함께 ‘수도권 슬림화’를 향후 수도권 관리의 대원칙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그 전제다. <끝>


Posted by 열린글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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