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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을 위한 글/2006.4.13

토건국가와 용역학회: 개발마피아의 먹이사슬?


조명래(단국대 교수)


 참여정부는 권력의 공간적 재배분을 전제하는 다양한 국정과제들을 추진하고 있다. 행정도시∙기업도시∙혁신도시 건설, 지역혁신체계 구축, 지역특화특구∙경제자유구역 조성, 신수도권 관리 등은 이러한 과제의 예들이다. 균형과 분권을 지향하는 이 같은 국정과제들은 그 자체로서 정의로운 것이다. 그러나 표방하는 이념과 달리 정책화하는 과정과 방식에서는 경쟁력, 성장, 혁신 등을 추구하는 신자유주의 논리를 반영하는 강한 개발성향을 띠고 있다. 이를 우리는 신개발주의(neo-liberalism)라 부른다.

 신개발주의 정책과제들을 전방위적으로 추진하면서 참여정부는 부동산 버블현상을 낳았던 80년대 일본의 국가유형인 ‘토건국가’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경기진작’, ‘국토개조’ 등의 명분으로 신도시건설, 택지조성, 도로건설, 간척사업 등을 추진하는 일본의 토건국가 하에서는 건설관료들을 중심으로 전문가, 건설업계, 정치인 사이에 거대한 먹이사슬인 ‘토건 마피아’가 생겨났다.

 참여정부 하의 마피아는 신개발주의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국정위원회, 경제 및 개발부처를 중심으로 국책사업을 거대 개발프로젝트로 추진하는 개발공사, 개발정책에 관한 전문지식을 자문과 용역의 형태로 제공하는 연구기관, 국토계획 및 개발 관련 학회, 그리고 그에 소속된 교수 및 전문 연구자, 심지어 시민단체 관계자 사이에 형성되어 있다. 이는 개혁과제들이 대통령 위원회 주도로 로드맵을 만들고 추진체계를 만드는 ‘구상작업’을 중심으로 했기 때문에 생긴 결과라 할 수 있다. 구상적 의미를 띤 참여정부식 ‘토건 혹은 개발 마피아’는 국정과제를 입안하는 데 민간 연구자가 개인(예, 위원) 혹은 단체자격(예, 용역기관)으로 참여하면서 형성되는 먹이사슬과 같은 것이다.

 정부 입장에선, 정책과제를 입안하는 데 전문가들의 지식투입이 절대 필요하고, 또한 이들의 입을 통해 저항이 많은 개혁과제들의 사회적 정당성이 설파되길 바라고 있다. 전문가 집단의 입장에서는, 위원회의 위원이 되거나 연구과제 책임자가 됨으로서 개인의 경력을 쌓고 일정한 경제적 보상을 받게 되는 데, 이는 한마디로 그들의 지식을 상품으로 정부에 파는 행위가 된다.

 참여정부 하의 마피아는 이렇듯 정부와 민간 사이에 ‘지식의 거래’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이 거래를 촉매 하는 핵심수단은 학회 등이 중심이 되어 수행하는 정부발주 연구용역이다. 대표적인 예로 행정도시 건설과 관련된 용역사업을 들 수 있다. 대통령 핵심공약 사업인 ‘행정수도이전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첫 단계로, 정부는 수십억 원 상당의 연구과제들을 국책연구기관과 개발공사 등을 통해 공개응모 하는 형식으로 발주했다. 이를 통해 국토계획 및 개발관련 연구자들이 팀을 만들어 용역사업에 응시하게 되면서, 사실상 이 분야의 전문가 대부분이 직∙간접으로 동원되었다. 추진위원회가 구성되면서부터는 국책연구기관, 학회, 시민단체 등이 연대를 구성해 행정도시 관련 세부적인 연구 과제를 나누어 맡았다. 국책연구기관을 제외하면 민간부문을 대표해 국책사업의 연구용역을 주도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것은 국토계획 및 개발관련 학회들이다.

 국책사업을 둘러싼 정부-학회의 관계는 정책당국과 연구자 집단 간의 분업적∙협력적 관계로 이루어지만, 현실화될 때는 연구용역을 매개로 함으로 그 이면에 돈이란 먹이사슬을 깔고 있다. 영향력 있는 학회가 정부발주 용역과제를 독점함으로써 나타나는 문제점은 학회 자체의 고유한 역할과 기능이 심대하게 왜곡되는 현상이다. 말하자면, 연구용역을 수행하는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추진되는 정책과제들이 가지는 대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학회가 중립자적 입장에서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올곧게 할 수 없는 점이 문제인 것이다.

 행정도시만 하더라도 찬반을 둘러싼 논쟁이 사회전반의 갈등으로 번져 있을 때, 해당 분야의 학회들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중재적 해법을 제시했어야 했지만, 용역수행자로 정부정책에 대해 기술적 타당성을 부여함으로써 사회적 분란을 오히려 증폭시키는 데 일조했다. 학회의 이러한 위상을 파고들면, 학회를 움직이는 핵심인사들의 친정부적 성향이 해당 학회의 중립성과 성찰성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도 따지고 보면, 특정 학회나 학자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한국의 학계 전반이 가지는 학문적 자기 성찰성 결핍에서 연유하는 문제라 할 수 있다. 학계의 이러한 사정이 곧 정부가 학자와 학회를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빌미가 된다. <끝>

 

Posted by 열린글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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