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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다음>을 위한 원고/2007.8.18

한국환경운동사에서 환경정의의 위상과 차별성


조명래(집행위원장, 단국대 교수)


 2007년은 환경정의가 출범한 지 15년이 되는 해다. 길게 보면 길고 짧게 보면 짧을 수 있는 역사지만, 시민 자발성을 바탕으로 이 땅에 초록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지난한 노력을 기울여 온 역정 자체는 보람찬 것이었다. 그렇다면, 지난 15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환경정의는 무엇을 거두었고, 다른 단체와 비교할 때 어떠한 차별성을 가지고 있는가?

 시민단체로서 환경정의는 비교적 큰 규모이면서 영향력도 적지 않다. 우선 조직으로 본다면, 환경정의는 창설된 지 15년, 상간간사 30여명, 회원 3000여명, 정책위원 100여명, 연간 예산 십 수억 원을 운용하고 있다. 이러한 규모에 걸맞게 환경정의는 국내외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어 한국의 시민운동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이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주 활동영역인 환경운동 분야에선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을 포함한 ‘빅 쓰리(Big Three)’의 하나로 일컬어지고 있다.

 환경정의의 이러한 위상은 그간 성장하고 발전해 온 것의 결과다. 환경정의의 모태는 1988년 창설된, 우리나라 시민단체의 간판격인 경제정의실천연합(약칭, 경실련)이다. 1960년대와 1970년대의 급속한 경제성장은 1980년대에 이르면 생활세계 영역에서 다양한 문제(예, 토지주택문제, 환경문제 등)를 결과로 표출했다. 이에 당시 막 열리기 시작한 시민사회의 구성원들은 시민권적 차원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을 위한 실천운동을 시작했고, 경실련은 이렇게 해서 창설된, 우리나라 최초의 시민운동단체였다.

 창설의 배경이 되었던 토지주택문제를 경제정의란 관점으로 해결하고자 했던 것이 경실련 운동의 핵심이었다면, 이를 확장해가는 가운데 산하 조직으로 1992년에 설립된 것이 곧 ‘환경개발센터’다. 환경정의의 전신은 바로 이 경실련의 환경개발센터다. 환경개발센터 시절, 환경정의의 활동은 경실련 산하 조직으로서의 특성과 한계를 온전히 가지고 있었다. 우리나라 환경운동 판을 본다면, 경실련은 공정한 시장질서와 이를 통한 사회정의 구현을 추구하는 중도우파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고 환경개발센터 역시 이러한 입장으로부터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환경개발센터를 움직였던 전문가들의 성향을 보면, 시민사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시민정치를 추구하는 실천지식의 소유자라기보다 시장원리에 따라 환경문제를 정책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경제학적 지식의 소유자들이 대부분이었다. 활동방식도 국토, 물, 에너지, 대기, 폐기물, 해양 등과 같은 환경매체별 정부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그 대안을 제시는 것을 중심으로 했다. 간간히 다른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그린벨트 해제반대, 내린천 댐 반대 등과 같은 캠페인 활동 있었지만, 주류는 대안정책운동이라 할 수 있었다. 시민운동을 하면서 시민이 없었고, 환경을 다루면서 환경의 진정한 생태성에 대한 이해가 결여되어 있었으며, 정부정책을 비판하면서 정부영역을 벗어나는 시민사회적 관점에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러한 특징과 한계는 환경개발센터가 경실련으로부터 분리 독립하게 되는 배경조건이 되었다. 1998년 분리를 결정하고 명칭을 환경정의시민연대로 바꾼 뒤, 이듬해인 1999년 경실련으로부터 완전히 떨어져 나왔다. 독립과 더불어 환경정의시민연대란 이름에 걸맞은 새로운 운동철학과 이념, 그리고 운동방법을 부단히 찾고자 했다(초기 환경정의포럼이 이러한 역할을 담당했음). 그러나 구체적인 결과는 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고, 독립한 환경정의시민연대의 몸과 마음에는 여전히 경실련의 흔적이 강하게 남아 있었다.

 환경정의시민연대란 명칭만 하더라도, 많은 고심이 있었지만, 실제는 경제정의실천연합이란 이름에서 경제를 환경으로 바꾼 것에 불과했다. 또한 환경정의를 내세웠지만 독립 후의 노선도 경실련 산하의 환경개발센터를 이끌었던 지도부의 성향으로부터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분명했던 것은 환경정의론(environmental justice)을 환경정의시민연대의 이념적 토대이자 운동방식으로 가져가면서, 이를 통해 다른 환경운동과의 차별화를 도모하고자 했던 점이다.

 이에 따라 독립 후 환경정의시민연대의 운동방식은 환경개발센터 시절의 정책대안제시 중심의 활동에서 환경부정의를 고발하고 해결하기 위한 현장대응 활동 중심으로 점차 바뀌어 갔다. 용인 난개발 대응, 팔당상수원 난개발 대응, 경인운하 개발사업 반대,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의 도입 등이 이러한 성향을 보여주었던 새로운 활동들이었다. 아울러 다음을 지키는 엄마모임의 주도로 어린이 환경질환과 먹거리 문제를 사회적으로 제기하고, 개발예정지 일부를 점거하면서 반환경적인 개발사업을 온 몸으로 막았으며, 경유승용차 도입에 따른 대기오염 저감을 위한 대안을 범정부 차원에서 강구하는 등의 활동도 환경정의시민연대로 변신 이후 전개했던 주요활동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운동이 종전의 운동과 함께 추진됨으로써, 환경정의시민연대 이름에 걸맞은 운동의 집중성과 차별성이 분명치 않은 한계가 드러났다. 이에 2004년에는 환경정의시민연대에서 ‘환경정의’로 단체명을 바꾸고, 운동도 환경정의란 철학과 이념을 반영하는 것으로 선택과 집중을 도모했다. 이렇게 해서 현재 환경정의는 기존의 토지, 물, 대기 등과 관련된 환경정의운동(토지주택의 공공성 구현, 경인운하건설 반대 등 물의 공공성 구현, 기후정의 차원에서 기후변화 대응 등)을 부분적으로 유지해가면서 환경약자(예, 어린이, 저소득층)의 환경권 확보(예, 어린이 교육환경, 먹거리 안전, 환경질환, 저소득층 주거환경, 에너지 정의 등의 구현)와 기업의 환경적 책임(녹색일자리 창출, 기업의 지속가능성 모니터링 등)을 높이는 부분으로 운동역량을 집중시키는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환경정의 활동의 이러한 변화는 하루아침에 나온 것이 아니라 다양한 내부 논의와 검토과정을 통해 나왔다. 또한 이러는 가운데 환경정의의 내부구성원(간사와 임원), 그리고 활동조직이나 방식 면에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환경개발센터나 초기 환경정의시민연대를 움직였던 리더와 활동가들이 많이 물러난 반면, 환경정의를 이론적으로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을 중시하는 핵심전문가 중심으로, 그리고 활동가 중심으로 환경정의의 활동이 꾸려지고 있는 것은 이러한 변화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종전의 환경정의 운동이 환경매체별 대안정책운동이었다면, 현재는 환경약자들이 겪는 환경부정의 문제를 제기하고 해소하는 실천운동에 더 역점을 두고 있는 것도 15년에 걸친 진화의 결과다.

 이러한 변화의 결과로 환경정의는 다른 환경운동단체와 비교할 때 몇 가지 차별성을 가지게 되었다. 우선 다른 주요단체와 비교한다면, 환경정의는 내부 논의와 검토, 자체 학습과 토론을 중시하고 있어, 겉으론 조용한 것 같으면서 내부적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토론과 학습문화는 환경정의의 커다란 자산이면서, 또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민주주의를 일상적으로 실천하는 시민사회적 미덕을 실천에 옮기는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환경약자, 즉 사람이 겪는 환경문제를 주목하되, 이를 사회 내에 존재하는 모순(예, 시장경쟁에 터한 공공정책의 계층차별성과 반자연주의의 모순)과 결부하여 해소하고자 하는 ‘이론과 실천’ 결합된 운동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강구해가고 있는 점도 환경정의가 다른 단체와 구분되는 차별성이다. 아울러 다른 단체들이 대개 전국적인 조직을 만들어 다분히 중앙집권적인 방식으로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에 반해, 환경정의는 용인환경정의를 제외하곤 지방조직을 설치하지 않고, 대신 운동 사안별 네트워크를 만들어, 다른 시민운동주체들과 함께 하는 운동방식을 따르고 있다. 그 결과 강살리기 네트워크와 같은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어 내고 있다. 환경부정의의 해소는 환경약자들의 권리가 현실의 정치제도를 통해 구현되어야 하는 바, 이를 위해 환경정의는 각종 선거에서 녹색국가 구현을 위한 활동을 주도적으로 전개해가고 있는 것도 타 단체와 구분되는 환경정의의 차별적 활동상이다. 전반적으로 볼 때, 환경정의의 운동방식은 긴 호흡으로 이 사회에 환경정의가 구현되는 것을 기대하면서 이루어지고 있다. 때문에 다른 단체의 운동방식에 비해 당장의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요컨대, 한국의 환경운동사에서 환경정의는 지울 수 없는 소중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또한 이 사회에 녹색가치를 현실화하는 데 적잖은 기여를 해 왔다. 그것은 끊임없는 자기학습, 변신, 그리고 환경정의란 이념을 내면화하고 이를 운동으로 외화 하는 노력의 결과라고 여겨진다. 물론, 이것으로 환경정의의 활동에 문제가 없고, 또한 타 단체 비해 시민사회로부터 보다 많은 신뢰를 받고 있으며, 앞으로 가야할 길이 그저 순조롭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활동성과의 부족, 상대적인 낮은 인지도, 내부조직의 불안정 등의 문제가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성실하게 꾸려온 운동방식으로 미래를 준비해가면, 환경정의는 명실상부하게 한국을 대표하는 시민환경단체로 발돋움할 것으로 믿어마지 않는다.  <끝>

Posted by 열린글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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