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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7 11:09

한미 FTA 추가협상 보류해야 2006년2010.07.07 11:09

최근에 한 일간지는 대학생들을 상대로 FTA관련 전문가 토론회를 전후로 한 FTA 공론조사를 실시했다. 토론 전에는 찬성자가 65.7%에 달했지만, 토론을 본 후엔 41%로 줄었다. 찬성에서 반대로 돌아선 까닭에 대해 ‘찬성론은 원론적이지만, 반대론은 구체적이다’라고 응답했다. 말하자면, 응답자들은 토론회를 통해 FTA의 확실한 피해를 확인한 반면 효과의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해 반대로 돌아섰다. 한미FTA 협상이 진전되면서 반대여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한미FTA를 반대하는 그룹은 FTA자체를 반대하는 ‘협상 반대파’와 정부의 불충분한 준비와 미덥지 못한 협상과정을 우려하는 ‘졸속 반대파’로 나누어진다. 협상횟수가 거듭될수록 늘고 있는 반대입장은 주로 후자의 유형이라면, 정부는 한미FTA를 이렇게 무리스럽게 밀어붙여야 할지를 스스로 물어 봐야 한다.

졸속추진의 한계는 금번 2차 협상에서 보다 명백히 드러난 것 같다. 1차 협상에서 우리는 이미 뒤로 물러섰다는 인상을 주었기에, 2차 협상은 본격적인 줄달리기인 만치 대표단의 공격적인 협상력이 기대되었다. 닷새간 진행된 2차 협상에서 양국 협상단은 18개 분과 및 작업반 회의를 열고 서비스 유보안 교환, 상품분야 양허안 틀의 합의, 협정문 이견 일부 해소 등의 진전을 이뤘다. 그러나 농산물, 의약품, 자동차, 개성공단 생산제품 원산지 등 핵심 쟁점들은 양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특히 의약품의 경우, 우리 정부의 건강보험 약가 책정 적정화 방안에 대해 미측이 반발, 첫날부터 협상이 중단되다가, 급기야 마지막 날에는 이를 구실삼아 회의 전체가 취소되었다. 이에 따라 무역구제와 서비스, 상품무역, 환경 등 4개 분과 협상 전부가 무산되어 이번 협상은 사실상 결렬로 끝난 것이 되었다.

이렇게 된 까닭은 우리 정부가 국민적 합의 없이 협상 전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진 4대 선결조건(스크린 쿼터, 쇠고기 수입재개, 약값 재조정,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 중 하나인 약값 재조정에 관해 우리 측이 협상의무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인 4대 선결조건이 결국 한국협상단의 발목을 잡게 되었던 것이고, 이는 충분한 준비없이, 사회적 합의 없이 밀실에서 협상을 추진한 것의 결과인 셈이다.

 

2005년 세계은행보고서에 따르면 FTA는 개도국식(남남식), 유럽연합(EU)식, 미국식으로 나누어지는 데, 제조업, 무역 분야의 자유교역을 전형으로 하는 개도국식이나 동반성장을 통해 공동혜택을 누리는 통합을 전제하는 유럽식과 달리, 미국식은 시장근본주의적 성격이 강하다. 관세문제는 물론 농업, 서비스, 노동, 환경, 투자, 지적재산권, 경쟁과 규제에 관한 정책 등이 포함된다. 해서 미국의 협정 상대국은 근본적인 국가 구조조정에 쫓겨 경제정책의 주권을 위협받는 상황에까지 처하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미국에게 한국은 매력적인 FTA 대상국이다. 단순한 경제통합 만 아니라 기존의 안보통합을 경제통합으로 확장시키고, 나아가 동북아 내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구도의 설정까지 가능하다. 사실, 한미 FTA에서 한국정부가 미국보다 적극적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민노당의 한 국회의원은 2005년6월부터 2006년2월3일 한미FTA 출범선언 시기까지 정부의 대외비 관리 문서목록을 공개하면서 ‘노무현 정부는 한미 재계의 요구와 미국 부시정부의 한미 통상현안 해결 압력에 굴복해 2005년 9월 이후 갑작스럽게 한미 FTA협상을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이 모든 것은, 한미FTA를 대응할 우리의 준비가 충분치 않은 채 미국이 정한 게임 속으로 점차 말려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1만1천여가지 상품의 자유교역이 끼칠 중장기적 영향과 그에 대한 대책이 충분치 않으면 한국은 지구화 시대 ‘미국의 낯선 식민지’가 되기 십상이다. 국내 찬성론자들은 ‘세계적인 흐름인 FTA를 거스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컬럼비아대학의 클리츠 교수에 따르면 한미 FTA의 본질은 ‘대세론’이아니라 ‘국가의 생산구조를 무너뜨릴 수 있는 FTA에 숨어있는 힘의 논리’임을 주목하면서 협상에서 ‘시간과 속도’를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즉, 협상의 충분한 시간과 적절한 속도를 확보하는 가운데, 개방화에 따른 정확한 예측, 민주적 통상절차, 피해부분에 대한 후생복지 대책 등이 올바르게 강구되어야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가 진짜 FTA인 ‘공정한 무역협정(fair trade agreement)’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민들의 눈에는 최소한 지금까지 진행된 한미 FTA 협상과정이 총체적인 부실로 비춰지고 있다. 우선순위가 뒤바뀐 졸속추진, 공청회조차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국론분열과 갈등, 한미FTA의 파급효과에 대한 부실한 연구,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정부를 견제할 국회의 역할부재, 본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핵심적인 사안인 4대 선결조건의 자진수용, 협상내용조차 공개하지 않는 밀실 추진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추가협상은 국익에 어떠한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부작용만 더 키우게 될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의 한미FTA협상 전반을 보류해야 한다고 본다. 중단과 보류도 협상의 한 방안이고, 또한 이에 대한 많은 전례가 있다. 최소한 거친 미국식 FTA를 견딜 수 있는 '지속가능한 개방화 전략'을 우리 스스로 갖출 때까지는 말이다.

Posted by 열린글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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