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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6. 17. 10:12

6.2 지방선거와 시민사회 2010년2010. 6. 17. 10:12

<서울Y>를 위한 컬럼 글/2010.5.5

 

6.2 지방선거와 시민사회

조명래(단국대 교수)

 

 

 

오는 6월2일에 치러질 제5회 지방선거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1인8표제가 실시된다. 투표장에서 유권자들이 8표를 찍는다는 뜻이다. 즉,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지역의원, 광역비례대표의원, 기초의원, 기초비례대표의원, 교육감, 교육의원을 모두 한 자리에서 투표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총 3천991명의 풀뿌리 일꾼을 뽑게 되는 데, 출마할 후보자만도 총 1만5500여명으로 예상되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선거전이 되고, 또한 잘만 하면 지방권력을 왕창 바꿀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선거의 한 표 행사는 한국지방자치사에 한 획을 긋기에 충분하다.

 

금번 선거는 2008년 총선 이후 2년 만에 치러지는 전국단위 선거이면서 집권 3년차를 맞이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그리고 다가오는 대선 전초전의 성격마저 띠고 있다. 이른바 ‘좌파정권’을 교체하면서 등장한 이명박 정부는 민주화 기간 동안 이룩한 여러 진보적 성과들을 평가 절하하는 정책들을 펴왔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곧 이번 선거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각종 언론조사들은 ‘4대강 정비사업’, ‘천안함 침몰사건’, ‘세종시 수정논란’, ‘한명숙총리 무죄선고’, ‘무상급식’, ‘노무현대통령 서거1주기’ 등이 지역별 선거 판세에 크게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방자치제가 복원된 지 20여년이 지났지만 지방자치에 대한 중앙정치의 영향력은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지방선거가 중앙권력에 대한 심판의 성격을 띠는 것은 불가피할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이를 당연하게 여겨선 안 된다. 이러한 투표행태는 기껏해야 중앙정치에 의해 지방정치가 포로가 된 모습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방정치의 무력화’는 근자에 들어 더욱 심해지는 것 같다. 이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국가적 쟁점을 판단함에 있어서 국민들이 좌우 이념 대립에 빠져들고 있는 경향과 무관치 않다. 이를테면 보수 대 진보, 우파 대 좌파, ‘수구꼴통’ 대 ‘좌빨’이란 적대적이고 혐오적인 낙인찍기식으로 국가적 쟁점들을 재단하다 보니 이와 무관한 지방자치의 쟁점마저 여기에 묻혀 도매금으로 넘어가고 있다. 무상급식을 둘러싼 정파 간 대립이 대표적인 예다.

 

분단국가 상황에서 좌우 이념 대립식 문제설정은 그 어떠한 민주적 논의와 소통도 무용지물로 만든다. 이념대립적 논쟁은 국민들의 정치의식과 투표행태를 왜곡시킬 뿐 아니라 정치꾼들로 하여금 그들에게 유리한 왜곡된 정치적 상황을 끝임 없이 만들도록 부추긴다. 이번 지방선거도 ‘북풍’과 ‘노풍’의 대결로 치러질 것이라는 이야기는 이를 두고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에 대한 국가권력의 교묘한 개입까지 나타나고 있다. 정부(선거관리위원회)는 국가정책(예, 4대강 정비)을 비판하는 시민단체의 활동이 특정후보를 유‧불리하게 한다는 이유로 금지하고 있다. 공정선거를 해칠 흑색선전을 단속하는 것에 대해 시비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시민운동에 대해 재갈을 물리면서 정권에 의한 광범위한 정책홍보가 방치되는 것은 관권선거의 한 전형을 보여 줄 뿐이다. 국가에 의한 시민사회의 비판기능 무력화는 비민주적 정권의 전형적인 통치 방식이다.

 

지방선거는 지방 주권자들이 그들이 사는 지역의 자치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는 정치참여의 한 방안이다. 투표행위는 지방자치의 공과와 전망을 평가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지역사회를 이끌 유능한 대표를 선택하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에 해당한다. 한 표의 행사는 이렇듯 내가 사는 지역의 운명을 좌우하는 정치적 판단과 실천의 소중한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올바른 투

 

표권 행사는 민주적 지방자치를 가동시키는 첫 시동이라고 한다.

불행하게도 현재와 같은 상태에서 6.2 지방선거가 치러진다면, 우리의 지방자치는 더욱 멍들게 될 것 같다. 6.2 선거가 지방선거답게 치러지기엔 이를 방해하는 요소가 너무나 많은 것 같다. 그렇다고 이를 그냥 둘 수도 없는 법이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여러 대안 중에서도 가장 의미 있는 것은 지역의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방안이다. 시민사회의 주체, 즉 지역 엔지오(NGO)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6.2 선거를 지역주민들이 주인이 되어 참여하는 선거축제가 되도록 해야 한다.

 

시민사회는 국가영역과 개인영역(시장영역포함)의 중간에 있으면서 양자를 매개하는 영역으로 정의된다. 지방정부(국가영역)가 어떠한 일을 어떻게 해 왔는지를 감시하고 평가하면서, 동시에 지역주민(개인영역)들이 지역사회의 문제를 자발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는 것이 매개자로서 시민사회의 역할이다. 선거 국면에서 시민사회의 이러한 역할은 더욱 요청된다. 시민사회가 나서서 지역의 문제를 주체적으로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며, 지역 유권자들이 이를 논의하면서 선택할 수 있는 장이 다양하게 마련된다면, 선거는 그만큼 신명나게, 또한 지방자치를 살찌우는 방식으로 치러질 수 있다.

 

6.2 지방 선거에서 지역 엔지오의 역할이 더욱 기대되는 것은 이들이 나서서 선거가 중앙정치의 포로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의 문제가 아닌 지역사회의 문제를 중심으로, 이념의 대결이 아닌 구체적인 생활의제를 논쟁하는 방식으로, 중앙정치의 조력자가 아닌 지역사회를 위해 일할 일꾼을 뽑는 선거 상황은 지역 엔지오들이 힘을 합쳐 만들어 내야 한다. 지역의 유권자들이 자의식을 가지고 투표권을 행사하면 6.2 지방선거는 지방정치의 판을 확 바꿀 선거혁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역 유권자가 그러한 역할의식을 갖게 되기까지는 지역 엔지오들에 의한 계몽적 시민정치운동이 광범위하게 일어나야 한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시민사회의 역할은 정파성에 오염되어선 아니 된다. 시민사회의 활동이 정치적 효과를 일정하게 띨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시민정치의 효과’에 한정되어야 한다. 그 이상이 되어 정당과 같이 제도권 정치의 효과를 띠게 되면, 이는 더 이상 시민사회의 활동으로 간주될 수 없다. 시민사회는 국가영역과 개인영역의 중간에서 양자를 매개하는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끝>


Posted by 열린글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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